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넘어가던 박근혜 정부 인사청문회가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앞에서 또다시 가로막혔다. 2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제때 내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자체를 거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통합당 간사인 김영주 의원은 20일 한 후보자가 지난 2002년부터 2009년까지 모두 1억9700만원의 세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발생한 종합소득세 2950만원을 2008년에 납부하고, 2006년부터 2009년에 발생한 종합소득세 1억6800만원은 2011년 7월에 몰아서 납부하는 등 비정상적인 납세 행태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종합소득세가 짧게는 2년, 길게는 6년 후에 납부됐다는 것은 국세청 세무조사로 소득이 축소 신고됐다는 것이 밝혀져 세금을 추가로 추징당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 후보자가 과거 국가 세금정책을 조언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한 후보자는 국가의 세제 방향에 대해 자문을 해주는 기획재정부의 세제발전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올해는 대통령표창을 받은 바 있다”며 “세법 전문가가 세금을 탈루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한 후보자는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런 한 후보자의 문제점을 이유로, 인사청문회 자체를 거부한다는 방침이다. 김 의원은 “한 후보자의 해명이 없으면, 오늘 예정됐던 정무위 회의에서 인사청문회 실시안 채택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의 거부가 계속될 경우, 28일로 예정됐던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자체가 열리지 않고, 이에 따라 그의 임명도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한편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2008년에 납부한 세금은 김앤장법률사무소에 근무할 당시 추가 납부할 세금 중 후보자의 부담 금액을 사후 납부한 것이고, 2011년의 경우 일부 신고 누락된 소득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돼 자진신고 수정 납부한 것”이라며 “처음부터 신고세금을 꼼꼼히 챙겨서 납부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후보자의 입장을 전달했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