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 금융사들이 감사직 선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땅한 인물을 찾지못해 1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는 ‘장수(長壽)감사’가 넘쳐난다. 아예 감사직을 없애거나 공석으로 남겨둔 금융회사도 적지 않다. 감사추천제가 폐지되면서 그간 금융권 감사를 주로 맡아왔던 금감원 출신 인사들의 감사 재취업이 막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감사추천제도는 금융회사가 감사로 선임할 금감원 임직원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면 금감원이 복수 후보를 제시하던 것으로, 권혁세 금감원장이 지시해 2011년 폐지됐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남인 신한카드 감사와 최태문 롯데카드 감사는 각각 올해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이들은 모두 금융감독원 퇴직자로 남 감사는 3연임해 5년째, 최 감사는 연임해 4년째 감사를 하게 됐다. 한국은행 출신 윤한근 하나SK카드 감사도 연임해 4년차를 맞았다.
보험업계에는 10년째 감사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이순한 교보생명 감사, 박인원 동부생명 감사, 황희주 동부화재 감사는 지난 2004년 나란히 감사에 취임하고 3연임해 올해로 10년째 감사 자리를 꿰차고 있다.
금감원 출신 나명현 현대해상 감사는 연임해 6년 임기를 보장받았으며, 이성조 한화손해보험 감사는 올해 초 주총에서 연임이 결정됐다.
장수감사가 많은 것은 이들을 대체할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년 가까이 새 감사를 뽑지 못한 알리안츠생명은 최근까지 지원자들을 면접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해 감사 선임이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감사추천제도를 없애면서 감사를 맡을 만한 인물을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감사원 출신 인사들의 금융권 감사 진출 사례가 늘고 있다.
감사원 고위 관료 출신인 김용우 우리은행 감사, 신언성 외환은행 감사, 윤영일 기업은행 감사 등이 감사추천제 폐지 이후 은행 감사로 옮긴 사례다.
정태문 삼성카드 감사, 문태곤 삼성생명 감사, 김판현 KDB생명감사, 성기택 KB생명 감사, 김시관 흥국화재 감사, 진유조 더케이손해보험 감사, 원성희 NH손해보험 감사 등 제2금융권에도 감사원 출신이 많다.
신한은행, 현대카드 등 일부 금융회사는 아예 상근감사 자리를 없애고 비상근 감사위원들로 감사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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