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정치혁신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반대급부로 ‘안철수 현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선제적으로 ‘정치개혁’ 이슈를 치고들어오면 야당으로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 전 원장은 11일 오후 한국에 귀국하면 곧바로 본인만의 ‘메시지 정치’를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자리에서 기성정치에 대한 ‘안철수식 선긋기’를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민주당 안팎에서 “혁신이 더디다”는 지적이 연이어 나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외부인사인 한상진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자기에게 유리하게만 생각하고 비판을 안 받으려 한다”면서 “무너질 조짐이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대선(패배)의 책임있는 분들이 ‘내 탓이오’하고 고백하고 용서를 구할 때 상처가 치유되고 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출발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지적했듯 현재 민주당을 둘러싼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난항에 빠지면서 사실상 입법 활동이 정지됐고,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임시지도부는 책임과 권한이 제한돼 있는 상황이다. 주류와 비주류 간 계파의 의견 대립도 여전하다. 최근 5ㆍ4 전대 룰을 놓고 당내 계파의 의견조절 과정에서 이런 한계가 드러났다.

정해구 정치혁신위원장은 “혁신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 사람에 따라서 또는 계파 입장에 따라서 관점이 상당히 좀 다르다”고 토로했다.

당내의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대선평가위와 정치혁신위의 중간발표 등 활동에도 상당한 제약이 따르고 있다.

당장 안 전 원장이 정치혁신 이슈를 선점해 나가고 재보선까지 승리할 경우 당의 분열 사태까지 불러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쇄신파인 황주홍 의원은 “안 전 원장의 4월 총선 출마는 민주당 외곽에 거대한 원심력이 형성됨을 뜻한다. 이제까지 민주당은 사실상 제1야당의 독보적 지위를 누려왔지만 민주당의 적통성이 도전받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치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안 전 원장보다 주도적으로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안철수 엑소더스’를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