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동미 기자]3월은 게으른 엄마 아빠들의 애프터서비스 기간이다. 겨울방학, 봄방학 동안 아이들과 뚜렷하고 의미 있는 추억의 시간을 만들지 못했다면 3월에는 더욱 부지런히 움직여줘야 한다. 여름방학이 올 때까지, 두고두고 원성을 듣지 않기 위해서다. 입춘이 지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거리 곳곳에 녹다만 얼음이 발에 채인다. ‘살랑살랑’ 봄바람은 아직 멀었나보다. ‘지난겨울은 너무 추웠다’는 변명은 이제 그만하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켜보자. 쌀쌀한 3월, 가족 나들이의 목적지는 아기자기한 이색박물관이다. 민화를 통해 옛 선인들의 삶을 만나고, 하루쯤 꿈에 그리던 로봇 박사가 된다. 돼지 박물관이 있었다는 걸 아이들은 알까? 함께 에밀레종도 쳐보고, 한글을 통해 우리 문화의 소중함도 일깨워주자.

▶20여개 박물관이 옹기종기…영월 조선민화박물관(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김삿갓로)=영월은 ‘박물관의 고을’이다. 2000년대 초반 하나둘 박물관이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20여개가 옹기종기 진영을 갖췄다. 서너 곳만 둘러봐도 영월 여행은 풍성해진다. 그중 맏형 격인 조선민화박물관은 조선시대 민화 3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현대 민화 100여점을 포함해 300여 작품을 상설 전시 중이다. ‘작호도’ ‘십장생도’ 등에는 우리 고유의 정서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말 그대로 박물관에서 ‘삶’을 만난다. 체험학습도 가능하다. 민화를 목판에 그리고 판화를 찍어볼 수 있으며, 2층에는 어른들만 출입 가능한 ‘춘화 전시관’도 마련돼 있다.

영월에서는 최근 인도미술박물관,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등 작지만 개성 넘치는 박물관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그야말로 ‘박물관 러시’. 풍성한 자연경관, 문화 유적을 둘러보는 일석이조 ‘봄나들이’가 가능하다. 영월군청 문화관광과 (033)370-2037

쉼/트래블/톱) 쌀쌀한 봄날…작고 독특한 박물관으로 ‘가족 나들이’ 떠나자 -copy(o)1

▶‘로봇 박사’ 우리 아이를 위해…포항 로보라이프뮤지엄(경북 포항시 남구 지곡로)=로봇이 보편화되는 미래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로봇을 좋아하는 자녀를 두었다면 포항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어른들은 싱싱한 회를 먹어 좋고, 아이들은 ‘미래’를 만난다.

경북 포항시 한국로봇융합연구원 1층에 자리한 로보라이프뮤지엄은 로봇을 활용한 주거 생활과 미래 로봇 환경을 구현한 이색 박물관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평상시 접할 수 없었던 독특한 로봇들이 즐비하다. 전시물을 직접 만지고 조작해볼 수 있다.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흥미로워한다.

관람 후에는 포항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관, 포항함체험관, 죽도시장 등을 둘러보면 좋다. 환호공원과 북부해수욕장의 야경은 포항의 또다른 멋이다. 여유가 되면 외곽에 자리한 경상북도수목원과 내연산 보경사도 들러보자. 포항시청 관광진흥과 (054) 270-2371

▶‘꿀꿀’ 귀여운 돼지들의 묘기부리는 곳…이천 돼지박물관(경기도 이천시 율면 임오산로 372번길)=이천의 돼지박물관은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등장했다. 돼지를 소재로 한 그림과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든 조형물을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또 아기 돼지들의 묘기를 관람하고 소시지 만들기도 체험한다.

관람객들은 돼지들에게 먹이를 주기도 하고, 품에 꼭 안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자녀들에겐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또 어떻게 해야 바른 먹거리가 탄생하는지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올봄에는 박물관 마당에 오토 캠핑장도 들어선다.

쉼/트래블/톱) 쌀쌀한 봄날…작고 독특한 박물관으로 ‘가족 나들이’ 떠나자 -copy(o)1

돼지박물관을 나오면 산수유마을이 상춘객들을 반긴다. 원적산 자락에 들어앉은 도립리ㆍ경사리ㆍ송말리 일대는 전남 구례군 산동마을과 더불어 산수유 여행지로 소문났다. 3월 말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4월 10일 전후로 절정을 이룬다. 이천시청 문화관광과 (031)644-2937

▶국내 유일의 종 전문 박물관…진천종박물관(충북 진천군 진천읍 백곡로)=진천종박물관은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한국 범종을 집대성해 연구ㆍ수집ㆍ보존ㆍ전시하는 국내 유일의 종 전문 박물관이다. 2층 규모의 박물관은 외관부터 한국 종을 빼닮았다. 항아리를 뒤집어놓은 듯한 유리 구조물은 종의 기본 형태를, 그 오른쪽으로 음파가 퍼져 나가는 듯한 굴곡을 형상화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맥이 끊긴 밀랍 주조 공법으로 복원ㆍ복제한 문화재급 고대 범종이 즐비한데, 이는 모두 중요무형문화재 112호인 ‘주철장’ 원광식 선생이 기증한 작품이다. ‘에밀레종’이라고도 불리는 성덕대왕 신종,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고대 범종인 상원사 동종 등 한국 대표 종을 포함해 앙증맞고 귀여운 전 세계의 독특한 종과 장식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유신 탄생지와 ‘가사 문학의 대가’ 송강 정철의 위패를 모신 진천 정송강사를 연계해 둘러보면 좋다. 진천군청 문화체육과 (043)539-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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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의 조화…순천 뿌리깊은나무박물관(전남 순천시 낙안면 평촌3길)=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이하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은 고 한창기 선생이 평생을 수집한 문화유산을 전시한 공간이다. 선생은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을 창간하여 한국 잡지사에 큰 획을 그었으며, 한글과 전통문화를 온전히 지키고 전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은 우리 문화와 전통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박물관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생태 도시 순천에 자리하고 있다. 관람 후엔 삶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낙안읍성과 철새들의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순천만자연생태공원도 둘러보자. 화포해변의 해돋이와 와온해변의 해넘이까지 경험하면 순천여행을 더욱 아름답게 마무리지을 수 있다. 순천시청 관광진흥과 (061)749-4221

pdm@heraldcorp.com

[사진ㆍ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민화ㆍ돼지ㆍ로봇…봄, 가족나들이는 ‘이색’ 박물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