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ㆍ성형외과들이 운집한 서울 강남권의 한 호텔은 요즘 ‘미이라’ 투숙객들 때문에 곤욕이다. 이들은 인근 성형외과에서 시술을 받고 얼굴에 붕대를 감은 채 호텔 로비나 카페, 레스토랑 등을 활보한다. “혐오감을 준다”며 다른 투숙객들로부터 불만사항이 쏟아지지만, 호텔측은 이들에게 쉽사리 주의를 주거나 제지하기가 쉽지 않다.
엔저 여파로 일본 관광객이 줄어드는 가운데, ‘요우커(중국관광객)’들은 외국인 관광객 중 가장 ‘귀하신 몸’이 됐다. 요즘 강남권 특급호텔에서는 붓기가 빠질 때까지 최소 일주일 이상 장기투숙하는 요우커가 최고 ‘VIP’고객으로 부상했다.
그동안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해도 대부분 저렴한 숙소를 선호하는 탓에 특급호텔 매출 신장까지는 연결이 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도 옛말이다. 날로 그 위세를 더해가는 중국 관광객들은 요지부동이던 특급호텔들의 콧대를 낮추고 있다. 한때는 “고급 이미지를 해친다”며 중국인의 투숙을 은근히 꺼려했던 호텔들이 하나 둘 ‘요우커’를 겨냥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 산업인 ‘의료관광’ 여행객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논현동의 A호텔은 에스테틱ㆍ스파와 연계한 피부과를 입점시켰다. 인근 병원에서 시술을 받기 위해 투숙하는 중국인 관광객도 상당하지만, 의료 목적없이 한국을 방문했다가 호텔 내 피부과에서 상담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 호텔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 10명 중 1명 꼴로 호텔 내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는다”고 전했다.
인근 외국계 B호텔 역시 최근 최신시설의 피부ㆍ성형외과를 입점시켰다. 이곳은 국내 4대밖에 없는 최첨단 레이저 기기를 도입해 ‘큰손’ 중국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또 해외 유명 팝스타가 내한했을 때 극찬했다는 유럽브랜드 스파 역시 중국인 모객활동에 큰 공을 세우고 있다.
일본 관광객 비율이 80%이상인 서울 도심의 C 호텔도 이젠 ‘요우커’를 등한시 할 수 없다. 오는 5월 오픈하는 이 호텔의 스파는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국내 모 화장품브랜드 제품으로만 영업할 예정이다.
호텔들이 앞다퉈 중국인 대상 미용ㆍ의료 관광에 뛰어드는데에는 지난해 부쩍 늘어난 중국인 의료관광객 수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전체 의료관광객수는 약 15만명(업계 추정)으로, 중국인은 2011년 대비 76.5%가량 늘어났다. 한류 열풍이 지대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의료 관광의 주 목적이 성형과 피부관리를 통해 ‘한국 미녀’로 변신하는 것이기 때문.
중국인 의료관광은 그동안 저가 패키지 위주였던 대중 관광산업을 고부가화하고 관광산업의 업그레이드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부와 관계기관에서도 이를 올해 관광정책의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해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이번 중국 춘제(2월 9일~15일) 기간에도 의료관광을 위해 강남 지역 병원 등으로 많은 중국인들이 몰렸다”며 “중국ㆍ러시아 등을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사업단 기간제 근로자를 추가로 모집하는 등 인력 보강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양질의 의료서비스와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의료관광에 중국인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 관광객 수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양질의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