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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투복’에서 ‘화합의 옷’으로…말보다 강한 ‘박근혜 패션’
[헤럴드경제=박동미 기자]25일 제18대 대통령에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제일먼저 차분한 ‘블랙 패션’을 선보였다.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패딩 소재 검은색 재킷 안에 진회색 목도리를 둘렀다. 하의와 구두까지 모두 검은색으로 맞췄다.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일정으로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그만의 취향이 반영된 디자인은 여전했다. 허리선이 들어가고 무릎 위까지 길게 내려오는 재킷은 후보 시절부터 고수한 그의 스타일이다. 취임식에선 연녹색 재킷을 착용했다. 평소 즐기는 무채색 계열에, 트레이드마크인 브로치도 여전했다.

박 대통령은 2004년 총선과 2006년 대선을 거치면서 일종의 ‘시그니처 스타일(Signature styleㆍ자신만의 취향과 감각을 담아낸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허리가 살짝 들어간 엉덩이 길이의 재킷을 입고, 왼쪽 가슴에는 단정한 브로치를 달았다. 바지는 좁지도 넓지도 않은 ‘보통’ 품을 선호하고, 구두는 4~5㎝ 정도로 중간 굽을 신었다. 고(故) 육영수 여사를 연상케 하는 여성스러운 머리 모양이 전체 분위기를 완성했다. 중성적인 옷차림에도, 여성미를 잃지 않게 하는 ‘박근혜 스타일’의 핵심이다. 



2012년 대선을 거치면서 이러한 스타일은 보다 ‘전투적’으로 변모했다. 간간이 볼 수 있었던 ‘치마패션’이 자취를 감춘 것.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로 나서기 전, 발목까지 오는 긴 치마와 짧은 재킷을 종종 입기도 했으나 대선 운동 기간에는 중성적인 바지 슈트만을 고수했다. 믿음직스럽고 강인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검붉은 계열 립스틱과 또렷한 아이라인 등 짙어진 메이크업도 이 같은 변화를 반영했다. 한 국내 유명 디자이너는 “정치인ㆍ연예인 등 유명인들은 때론 전략적인 스타일링이 필요한데, 그런 면에서 박 대통령은 유행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고 평했다.

새누리당이 당의 색깔을 빨강으로 바꾸면서 박 대통령이 ‘레드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홍명보 올림픽축구 대표팀 감독 등 저명인사들이 ‘정치색’과 관계없이 빨간색 의상을 즐겨 입으면서 ‘성공을 부르는’ 스타일로 떠오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전략적인 스타일링은 대선 승리 후 더욱 빛을 발했다. 무채색 슈트 차림으로 일관하던 박 대통령은 지난달 방한한 아웅산 수치 여사 접견 때에는 화사한 오렌지컬러로 분위기를 확 바꿨다. 당 색이 드러나는 빨강도, 대선 운동 당시의 남성성이 강한 옷차림도 아니었다. ‘전투복’을 벗고 ‘화합의 옷’을 입겠다는 의지다. 왼쪽 가슴에 꽃모양 브로치를 달아, 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론 북핵 문제 등 중요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선 무채색 의상으로 복귀해 진중한 면을 드러냈다.

변화된 스타일은 이어졌다. 지난 13일에는 아이보리색 재킷을, 14일에는 핑크빛이 감도는 자주색 재킷을 입고 국정과제토론회에 참석했다. 모두 파격적인 컬러 선택이었다. 한 패션전문가는 “오렌지와 핑크색은 대표적인 봄 컬러로, 부드러우면서도 활동적인 느낌을 준다”며 “새 시대를 맞아 적극적으로 국정에 임하겠다는 의지와 자세를 ‘색’으로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패션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시그니처 스타일’이 오랜 시간 구축된 만큼 앞으로도 쉽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행을 좇지 않는 일관성 있는 패션은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정치인에게 ‘최상의 선택’이라는 평이다. 다만 아침마다 수십개의 실핀을 꽂아 만든다는 ‘올림머리’에 대해서는 한 번쯤 변화를 주는 게 좋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 패션평론가는 “이제는 보다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 때”라며 “그동안 뛰어난 스타일링 전략을 펼친 만큼 국정 쇄신 등 변화의 돌파구가 필요할 때 헤어스타일도 한 번쯤 바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미셸 오바마가 중저가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의 옷을 애용하며 미국 패션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일조했듯, 박 대통령도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으로서 국내 패션산업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pdm@heraldcorp.comㆍ[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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