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의 돔과 나무가 그려진 패널 앞에, 기이한 복장의 한 사내가 서 있다. 콧수염을 기른 남자의 포즈는 엉거주춤하고, 하늘에선 곧 비라도 내릴 듯 을씨년스럽다.
알쏭달쏭한 이 작품은 이탈리아 작가 파올로 벤추라의 ‘Lo Zuavo Scomparso(Lost in Rome)’란 연작사진 중 한 점이다. 벤추라는 디오라마 기법으로 사진을 촬영한다. 이야기의 무대가 될 공간을 영화 세트처럼 일일이 손으로 만든 뒤, 작가 자신은 인물로 직접 등장하는 방식이다. 이번 작업은 벤추라가 로마 시(市)의 제안을 받아 만든 것으로 이제는 아련한 흔적만 남은 로마의 정취를, 사라진 옛 군인을 통해 흥미롭게 재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