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부 및 석ㆍ박사 졸업생이 학부 신입생 후배 위해 도서 추천
- 진심 담은 편지 한 줄…신입생들에게 대학 생활 지침 역할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놀기로 했든, 공부를 하기로 했든 대학 생활을 후회 없이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절대 늦는 것은 없으니 언제라도 결심이 서면 실행에 옮기길 바랍니다.” “대학은 앉아서 하는 공부가 아닌 실제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곳입니다.”
수년 간의 대학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발걸음을 내딛는 졸업생들이 신입생 후배들을 위한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한다. ‘무조건 공부하라’는 지루한 말 대신 자신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한 진솔함이 담긴다.
후배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도 직접 고른다. 선배의 진심이 담긴 책 한권과 편지 한줄은 학교를 통해 신입생 후배들에게 전달된다. 서로 얼굴 한번 보지 못했지만 ‘선후배’라는 끈끈한 정이 가슴에 남는다.
연세대 경영대가 지난 2011년부터 매년 학위수여식을 전후로 진행 하고 있는 후배 사랑 기부 캠페인 ‘클래스기프트’가 주목 받고 있다.
‘클래스기프트’는 학부 및 대학원 졸업생들이 책 한권 가격인 1~2만원 정도를 학교에 기부하고 홈페이지에 후배에게 남기는 편지와 추천 도서를 입력하면 학교 측이 선배의 메시지가 담긴 추천도서를 신입생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도서의 종류도 경영학 전문서적부터 여행 수필, 소설, 시, 자기계발서 등 다양하다.
학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시행 첫 해에는 학부ㆍ석박사 졸업생 796명 중 305명(38%)이, 지난 해에는 졸업생 589명 중 절반에 달하는 251명(42.6%)이 참여했다. 올 해도 현재 졸업생 112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기부금도 4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캠페인에 참여한 김동민(연세대 경영 09)씨는 마이클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추천하며 “이 책을 읽으며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사회에 나갈 지를 결정하고, 우리 주변에 물질적인 것 이외에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후배에겐 선배들의 작은 선물이 막막한 대학 생활의 바로미터가 되어준다. 지난 해 입학한 전재훈(연세대 경영12)씨는 “05학번 선배에게 ‘20세기로부터의 유산’이라는 책을 받았다. ‘인생에 있어 가치 있고 올바를 길을 찾아가길 바란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내게 대학 시절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를 가르쳐준 지침이 됐다”고 말했다.
연세대 경영대 관계자는 “졸업생 선배들이 자신의 졸업을 축하 받기에 앞서 이제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후배들을 위해 스스로 기부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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