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高)학력의 상징인 대학졸업장이 주민등록증처럼 신청만 하면 발급받을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다.
대학 학령인구(대학진학 가능인구)의 감소로 고등교육 충원율이 계속 줄어 2020년대엔 원하기만 하면 누구나 4년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적인 선호도가 떨어지는 지방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이미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고등교육충원율전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학 학령인구는 지난해 69만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30년에는 2012년 대비 59.4%수준인 41만명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대학에 진학 가능한 연령대의 인구가 계속 줄다보니 대학충원율도 작년과 올해의 120% 수준을 찍은 뒤 해마다 내려갈 것으로 예측됐다.
이 데이터대로라면 전국 4년제 대학을 기준 신입생 충원율은 2021년부터 100% 이하로 내려가 3년 뒤인 2024년에는 90% 수준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전문대학의 충원율 하락은 더 가파르게 진행돼 2015년께 100% 충원율이 무너지고, 2022년에는 충원율이 50%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2010년 이후 이 같은 대학공동화 현상은 지방에서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대학정보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2010년)에 따르면 본교 기준으로 충원율 100%를 채우지 못한 대학은 80곳 이상이다. 이 중 가야대(28%)ㆍ건동대(23.2%)ㆍ서남대(24%)ㆍ성민대(47%)ㆍ영산대(48.2%)ㆍ영산선학대(18%) 등은 당시 충원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학령 인구와 충원율이 최고에 달했다는 작년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2년 폐교절차를 밟은 건동대의 경우 국내 최초의 ‘자진폐교대학’이 되기도 했다. 특히 이 대학들이 위치한 전북과 경남ㆍ북 지역의 2012년 대학신입생 충원율(사립기준)은 각각 86%, 95% 수준으로 나타나 100%를 밑돌았다.
이런 가운데 각 대학들의 국제 경쟁력도 답보상태를 거듭하며 ‘고학력 유명무실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2011년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 고등교육연구원이 발표한 세계 대학평가에서 한국 대학들은 100위 안에 단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이 연구원의 ‘2011 세계 500대 대학’ 순위에 따르면 서울대는 국립대만대, 국립싱가포르대 등과 함께 102∼150위권에 머물렀다. 2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한국 대학도 서울대가 유일했다.
2012년 영국 대학평가기관 ‘QS’가 발표한 ‘세계대학평가’에서도 100위권에 이름을 올린 한국 대학은 종합대학(서울대) 1곳, 그리고 KAIST와 포스텍이 전부였다.
대학교육과 무관한 유수 국제기구와 연구기관에서 나오는 자료들을 살펴봐도 ‘저(低)경쟁력’의 고학력자가 양산되고 있는 현상은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2008년에 25∼34세 연령층의 대학졸업자 비율이 58%를 차지해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러나 2011년 한국노동연구원은 연평균 18만여명에 이르는 대학 졸업자 중 취업자 비중은 3분의 1 수준인 6만6000여명에 불과하다고 추산했다. 고학력의 재앙은 현재진행형이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