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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C 제왕’ 델,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헤럴드경제=류정일 기자] 세계 3위의 PC 제조업체인 델이 244억달러에 매각됐다. 이번 매각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뤄진 차입매수거래(LBO) 가운데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델의 몰락을 보는 시장의 시각에는 안쓰러움이 묻어난다.

특히 2000년대 초까지 전세계 PC업계 1위였던 델이 사모펀드의 먹이로 전락한 점이 씁쓸함을 자아낸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PC 제왕’으로 통했던 델은 설계와 유통 단계의 혁신으로 위세를 떨쳤다. 중간 유통 단계를 없애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 취향에 맞춘 발빠른 제조가 강점이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 사용이 급격히 확산된데 힘입어 지난 1996년에 하루 100만달러 정도였던 델의 인터넷 매출은 2001년에는 하루 4000만달러로 커졌다.

그러나 이내 경쟁사들이 델의 사업 구조를 따라했고 아시아 업체들이 부상하며 델의 입지는 흔들렸다. 2006년 말에는 결국 세계 최대의 PC 제조업체라는 명예를 휴렛패커드(HP)에 넘겨줘야 했다.

2004년 CEO에서 물러났던 창업주인 마이클 델이 2007년 경영에 복귀해 고성능의 스타일리쉬한 제품으로 개인 PC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지만 이번에는 애플로 대표되는 모바일 혁명이 델의 의지를 꺾었다.

크고 무거운 PC의 수요는 스마트폰과 태플릿PC로 옮겨졌지만 델은 제때 제대로 된 변신을 하지 못했다. 델 회장은 기업용 PC 시장에 힘을 쏟았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치며 1000억달러를 웃돌던 시가총액은 최근 한때 200억달러 아래로 급전직하했다.

글로벌 PC 시장에서 한시대를 풍미했던 델은 이제 대출금 상환이나 배당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를 들으며 투자매물로 전락했고 결국 사모펀드의 먹잇감이 됐다.

ry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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