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9개월…SK하이닉스 4분기 흑자전환
‘하이닉스 키우기 伊·美 등 3건 M&A‘불황속 3조8000억원 통큰 투자 집행
‘Mr.반도체’변신 폭넓은 비즈니스 행보
‘D램 매출 모바일 제품비중 첫 40%대
‘경쟁력강화…내년엔 실적개선 더 기대
SK하이닉스가 2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지난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최악의 업황 속에 받아든 대단할 것 없는 성적으로 보이지만, 곰곰히 뜯어보면 달라진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제는 ‘미스터 반도체’로 변신한 최태원 회장의 열정이 회사의 체질을 빠르게 바꾸어놓으면서 지난해보다는 올해가,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기대되는 회사로 변하고 있다는 평가다.
30일 SK하이닉스는 매출액 10조1620억원, 영업손실 2270억원, 순손실 1590억원의 2012년도 연간 실적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연중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문 탓에 적자의 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긍정적으로 해석될 만한 부분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4분기의 경우 전분기보다 12% 증가한 2조71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55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가격 자체는 4분기 기록적인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스페셜티 D램 및 낸드플래시 솔루션 제품의 판매 확대와 순조로운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원가절감 등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오히려 흑자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D램 매출에서 모바일 제품 비중도 최초로 40%선에 이르렀고, 3분기 본격 양산을 시작한 20나노급 D램도 수율이 안정적인 수준까지 올라왔다. eMMC, MCP 등 수익성 높은 솔루션 제품도 판매 호조를 보였다. 메모리 가격에 따라 실적 희비가 엇갈리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수장인 최태원 회장에게서 찾는다. SK하이닉스를 키우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와 통큰 투자, 넓게 보는 비즈니스 행보가 예상보다 빠른 체질 개선을 이뤄내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해 3월 출범식에서 “SK하이닉스를 키우기 위해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고 밝힌 후 최 회장은 열정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불황 속에 3조8000억원에 달하는 과감한 투자를 집행하고, 지난 10년간 인수합병 시도가 전무했던 회사에 불과 9개월 만에 이탈리아 아이디어플래시, 미국 LAMD 등 3건의 M&A를 성사시켰다. 송사로 불편할 수 있는 시기에도 반도체와 관계된 일에서만큼은 외부 노출도 꺼리지 않았다.
글로벌 성장에 대한 의지도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지난 24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과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 등 글로벌 전자통신업체 주요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했다.
최 회장이 진두지휘를 맡은 후 SK하이닉스는 퀄컴과의 사업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퀄컴은 현재 메모리 솔루션이 없는 반면, SK하이닉스는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BB(베이스밴드) 솔루션이 없다.
최 회장은 챔버스 회장과는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IT 환경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각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도 변화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임직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SK 가족이 된 이후 가장 기대되는 분야’로 적극적 투자(30%), 브랜드 경쟁력(25%), 글로벌 경쟁력(17%)이 꼽혔다. 멈춰있던 회사를 달리는 조직으로 바꾸려는 수뇌부의 열의가 직원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 업황이 좋지 않은 와중에도 ‘침과대단(枕戈待旦ㆍ창을 베고 아침을 기다린다)’의 자세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하면서 “올해는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만큼 실적도 크게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