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신(辛)라면’이라는 제품명을 직접 지어 성공시킨 농심 신춘호 회장의‘작명(네이밍)’능력이 또 한 번 발휘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엔 농심의 전공분야가 아닌 커피믹스 제품이 대상인 데다 이름도 생소하게 지어서 특히 그렇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이 야심차게 내놓은 커피믹스 제품 ‘강글리오 커피’는 전날부터 전국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일반 소비자 뿐만 아니라 식음료 업계 관계자들도 이 제품의 이름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녹용 등에 들어있는 성분인 ‘강글리오사이드라’는 어려운 영문명에서 따온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를 돌며 제품명을 알려야 하는데 어렵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 때문에 영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강글리오 커피’라는 이름의 잠재력을 무시하긴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배경엔 신춘호 회장의 화려한 경력(?)이 있다.
신 회장은 커피믹스 시장 진출 결정부터 제품 개발 방향과 브랜드 네이밍,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과정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글리오’를 낙점한 것도 그다.
신 회장은 골프장에서 VIP들에게 녹용커피나 홍삼커피를 제공하는 걸 보고 녹용과 커피의 결합을 기획했고, 녹용 성분이 들어간 걸 강조하기 위해 ‘강글리오’를 고집했다는 것.
신 회장은 27년전 주로 회사나 재료에서 비롯된 제품명을 쓰던 시절에 파격적으로 자신의 성(性)인 매울 신(辛)을 따 ‘신라면’의 네이밍을 결정했었고 이후에도 너구리, 짜파게티, 진짜진짜, 둥지냉면 등 히트작의 명칭을 직접 정했다,
농심의 한 관계자는 “오랜 경영경험으로 신 회장의 마케팅과 품질, 네이밍에 대한 안목이 뛰어나다”며 “특히 기존 제품을 따라해서는 안된다며 커피믹스 신제품의 차별화에 주력한 부분은 전적으로 신 회장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길쭉한 스틱형 커피믹스 제품과는 달리 라면스프 봉지처럼 네모난 포장을 선택한 것도 기존 제품과는 달라야 한다는 신 회장의 주문을 의식한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신 회장은 또 ‘신라면블랙’을 연간 매출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또 하나의 파워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는 등 최근 공격 경영과 도전 정신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