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위원장은 29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과제’주제로 열린 ‘제71회 한국무역협회(KITA)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정부의 인위적 개입없이)시장경제의 가격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해야 (기업들이)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새정부의 낙관론은 경계했다. 그는 “프랑스의 루이 16세는 단두대에 올라 죽기 직전 ‘이런 사태가 올 것을 10년 전부터 예견했는데 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드디어 왔다’고 했다”며 “이는 한국 경제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얘기”라고 했다. 새정부가 막연한 낙관론으로 경제 정책을 시행했다가는 1997년 외환 위기와 같은 사태가 또다시 올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전 위원장은 한국의 경제 정책이 일본 경제 정책의 답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독단적인 판단 아래 경제 정책을 펴지 못하고 재계, 정치권과 타협하는 과정에서 세계 경제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잃어버린 20년을 초래했는데, 우리 정부도 압축성장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효율성을 위해 몇몇 대기업들에 자원을 집중적으로 배분한 결과 경제 세력이 형성되고 정책 결정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는 “대기업의 내부자 거래나 일감 몰아주기, 가격 후려치기 등은 지나친 탐욕의 결과로 자본주의의 파멸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경제민주화는 기득권 세력의 탐욕을 막는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은 중소기업 위주의 정책에 대해서는 맹목적인 지원은 경쟁력 향상과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중소기업 가운데 25~35%는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새정부 첫 경제부총리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내 역할은 끝났다. 관심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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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하는 최고경영자조찬강연회에서 연사로 초청된 김종인 전경제수석이 '새정부의 경제정책과제'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