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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일은 나의 가장 큰 빽… ‘예전의 나’ 털어내는 법 익혀야”
9급에서 차관까지 ‘입지전적 인물’ …이기우 인천재능大 총장 인터뷰
고교졸업 직후 지방 우체국 서기보로 출발
업무능력 인정 39년만에 차관까지 올라
친구들처럼 ‘대학에 갈걸’ 후회한 적 없어

일할땐 ‘진실·성실·절실’ 三實원칙으로 승부
공직자는 행복위해 일하는 보람된 자리
젊은이들 공무원 쏠림현상 역기능 없을 것



“고졸 9급 신화”, “발 치수 320㎜짜리 ‘마당발’”, “이기우를 통해서도 (민원이) 안 되면 애초 안 되는 것”,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공무원(이해찬 전 국무총리)”.

‘공직의 달인’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을 두고 관가 안팎에서 쏟아졌던 평가다. 이 총장은 1967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방우체국 서기보(9급)로 공직생활을 시작,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근 40년 만인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 차관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공무원이었다.

올해 정부는 지난해보다 638명이나 많은 3748명의 국가공무원을 채용할 계획이어서 공무원을 꿈꾸는 지원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 같은 지원자에겐 멘토다. 지난 22일 서울 서소문로 전문대협에서 만난 이 총장은 이들 ‘예비 후배 공무원’에게 바람직한 공직생활의 자세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공직생활에 버팀목이 돼준 ‘삼실’을 강조했다.

이 총장은 “ ‘삼실’이란 진실ㆍ성실ㆍ절실”이라며 “모든 사람에게 정직하고 최선을 다해 성실히 일하며 상대의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절실함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삼실’은 그의 성공신화의 비결이었던 셈이다. 

고졸 9급으로 시작해 차관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공무원인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은 올바른 공직자의 자세로‘ 삼실’을 꼽으며 “진실ㆍ성실ㆍ절실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40년 가까운 공무원 생활을 회고한다면.

▶멋모르고 시작했던 초년병 시절을 제외하면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일했던 것 같다. 바로 진실ㆍ성실ㆍ절실의 ‘삼실’이다. 내가 공직자가 아닌 다른 길을 갔어도 ‘삼실’이라는 기준으로 일했을 것이다.

-‘삼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삼실’ 중 진실은 정직한 마음과 행동이 기본이다. 업무 처리나 타인과의 관계 등 모든 부문에서 다 정직해야 한다. 정직한 생각과 행동이 깃들여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사람이 정직하기만 해도 안 된다. 자칫 무능해 보일 수 있다. 최선을 다하고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성실’이라는 것은 직급과 자리에 상관없이 최대한의 정보와 지식으로 조직을 위해 업무를 정직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내기 힘든 일은 그냥 성실하고 정직하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업무 시 상대방이 절절하게 느낄 수 있도록 가슴을 울려야 한다. 보통 업무 수행을 위해 상대방을 방문할 때 세 번 정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다섯 번이고, 여섯 번이고, 안 되면 열 번까지 상대방을 찾아라.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것은 괜한 말이 아니다.

-‘삼실’을 지키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한다. 자기 안에는 ‘예전의 나’라는 라이벌이 있다. 이 라이벌을 이겨내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이 총장은 2003년 자신이 처음 교육부 차관 물망에 올랐다 좌절했던 때의 사연을 들려줬다. “1급, 기획관리실장을 4년 가까이 했을 때죠. (제가) 차관으로 간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결국에는 잘 안 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사 발표 날 친척 부부와 약속했던 저녁을 예정대로 먹고 노래방도 가고 잘 놀고 잘 잤습니다. ‘차관이 돼야겠다’는 ‘예전의 나’를 버렸기 때문이죠. 과거와 미래는 몰라도 오늘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행복하다고 마음먹으면 행복해집니다. 그것이 ‘삼실’의 바탕입니다.”



-고교를 졸업하고 바로 공무원이 됐다. ‘대학에 갈 걸’ 하고 후회해본 적은 있나.

▶없었다. 초창기 고등학교 친구들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에 가는 걸 보고 부러워하긴 했지만…. 왜냐하면 일하는 재미에 빠졌기 때문이다. 우체국 서기보를 하다가 고향에서 일하며 재수하려고 다시 시험을 쳐 거제교육청 서기보로 옮겼는데 내가 일을 안 했다. 상관이 그걸 알고 시설계로 보내더라. 내쫓으려고 했겠지. 정신이 번쩍 났다. ‘인정받아야겠다’는 생각에 화장실 가는 시간만 빼고 주어진 업무를 했다. 3~4개월 있다가 서무계로 원위치됐다. 이후 일하는 재미를 느꼈다. 공직생활에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마음먹으니 대입 공부를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승진점수도 좋았고, 사무관 승진시험도 단번에 붙었다.

-현재 5급 공채(옛 행정고시) 중심 공무원 양성 체제를 어떻게 보나.

▶위에서 정책을 기획ㆍ수립하지만 실제 업무 처리는 주무관(6~9급)이 다한다. 옛날처럼 9급, 7급식으로 공무원 구성이 다양해지는 것이 좋지 않나 싶다. 그래야 세부 업무 파악도 빠르고 부처의 기초도 든든해진다.

-공무원이 될 후배들에게 공직자로서 가져야 하는 자질이 있다면 충고해 달라.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다. 그래서 일을 항상 가장 큰 ‘빽’으로 삼아야 한다. 오직 일로 승부해야 한다. 소관 업무에 대해 적어도 직속상관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적자생존법(?)이란 말이 있다. ‘적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라. 아이디어나 해야 할 일을 나중에 기록하면 과거가 된다. 현재 어떤 것이 떠오를 때 그것을 메모하면 그것은 현재의 것이 된다. 현재의 것이 풍부해지면 일거리가 많아지고 재미도 붙는다.

-(인천재능대) 제자들에게 공무원시험을 보라고 권해본 적이 있나.

▶제자들에게 직종에 대한 얘기는 따로 안 한다. 직업이 무엇이든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하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세상을 다 자기 것으로 만들라고 한다. 자기가 어떤 것을 만드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그림’이 달라질 수 있다. 제자들이 자신감을 갖도록 그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것이 내 역할이다. 가슴에 불을 질러주면 그들은 자신의 소중함을 알고, 스스로 꾸며가도록 자극받는다. 상대가 제자든 누구든, 어떤 일이든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정성이 빠지면 상대방은 건성으로 받아들인다.



이 총장은 젊은이들이 공무원시험에 몰리는 데에 대해 “연금 등 혜택도 많아서겠지만 공무원 조직은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집단”이라며 “공직자는 공익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보람 있는 일이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것이 역기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 총장은 ‘고졸 9급 신화’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선 부끄러워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일 뿐”이라며 “처음부터 한결같이 살아온 자세가 똑같아 많은 다른 일을 해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이기우, 그가 걸어온 길>

▷1948년 경남 거제 출생
▷1967년 부산고 졸업
                부산 대연동우체국 서기보(9급)
▷1978년 경남도교육청 행정사무관(5급)
▷1988년 안양대 행정학과 졸업
▷1996년 부산시교육청 부교육감(2급)
▷1999년 교육부 기획관리실장(1급)
▷2001년 경성대 교육학 박사
▷2003년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 차관ㆍ재능대 총장(현)
▷2010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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