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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마위에 오른 박근혜표 포퓰리즘... ’신뢰’굴레갇혀 진퇴양난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ㆍ이정아 인턴기자〕추가 세금을 걷지 않고 복지공약을 이행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약속이 정부 출범 전부터 위기에 봉착했다. 대선 과정에서 소요재원이 과소계산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줄을 잇고, 그나마 재원을 마련할 방도도 불확실하다. 당 안팎에서 대선공약의 출구전략을 찾아야한다는 주장이 듫끓고 있지만 정작 박 당선인은 퇴로가 마땅치 않다. 야권은 새삼 박 당선인의 트레이드마크인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며 복지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약속은 해놨는데..=4대 중증질환,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확대 등 박근혜 정부의 보건복지 3대 공약을 실현하는데 4년간 총 77조원의 재원이 추가 필요하다는 정부 연구기관의 추계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병호 원장은 16일 ‘신정부 복지정책 추진방향’ 토론회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이는 새누리당 추계인 34조원의 두배가 넘는 금액이다. 특히 4대 중증질환 진료비 무료 공약은 새누리당 추산 금액(4년간 6조원)보다 연구기관 추산 금액(21조8000억원)이 3배 이상 높았다.

현실성 없는 공약은 대선공약집 곳곳에 숨어있다. 선거기간 전국을 돌며 내놨던 박 당선인의 지역개발 공약이 숨은 복병이다.

박 당선인이 인천에서 약속한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및 지하화’는 1조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 경기도 유권자들에게 내건 ‘수서발 KTX노선 의정부 연장’도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약이다. 250개의 국공립 보육시설을 늘리겠다는 공약은 시설을 만드는데만 2500억원이 든다. 보육인력 인건비, 무상복지에 따른 추가비용까지 감안하면 조단위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박 당선인과 인수위가 ‘100% 공약을 이행한다’는 약속을 다시 하는 것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면서 “최소한 300억 이상의 사업에 대해서는 특정 위원회나 전문가 TF를 구성, 공약을 재검토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구전략’ 솔솔=당 안팎에서는 공약의 속도조절 필요성을 제기하며 출구전략을 마련해야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1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공약을 한꺼번에 지키려한다면 그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14일 “공약이행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대선 예산 공약들에 대해서는 출구전략도 같이 생각하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공약에 우선순위를 매겨야한다고 거론하면서, 각종 지역공약들은 후순위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4대 중증질환 무료’와 같은 박 당선인의 대표공약보다 상징성이 떨어지고, ‘사업타당성 검토’라는 절차를 핑계 삼아 이행시기를 뒤로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지역개발 공약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예산 문제가 여의치않다. 사업타당성을 검토하는데만도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인수위 “공약대로”=인수위원회는 “대선 공약은 차질없이 이행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 당선인이 지난 7일 “국민들께 한 약속은 아주 정성들여 지켜야한다”고 강조한데 따른 것이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각 부처에서 공약이행의 어려움을 피력하자, 박 당선인은 이를 ‘부처 이기주의’로 몰아붙이며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지난 1년간 재원마련 대책을 꼼꼼하게 분석해 손댈 곳이 많지 않다”면서 “공약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는 있겠지만 공약을 철회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도 “개별 공약의 수준이 서로 다른지, 중복되지 않은지, 지나치게 포괄적이지 않은지에 대해 분석하겠다”면서도 “(공약 재검토로) 절대 오해하지는 말아달라”고 했다.

▶야당 “부자증세하면 된다”=민주통합당은 여당 일각의 ‘출구전략’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새삼 박 당선인을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으로 치켜세우고 있다. 동시에 박 당선인의 딜레마 해결책으로 ‘부자증세’ 카드를 내밀었다.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재정당국은 복지 바리케이드를 치고, 재벌대기업은 복지정책을 소모적이라고 한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하면 되는 것인가”라며 여당 일각의 ‘출구전략’ 주장을 비판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박 당선인의 복지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면서 “문제 해결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를 철회하면 된다”고 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아직 반영도 되지 않은 공약들이 다 반영되려면 최소한 지금보다 수십조원은 더 필요하다. 솔직하게 증세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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