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희망인 수출이 연초부터 대형 악재를 만났다.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이 성장을 지탱하는 동력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환율 하락과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 글로벌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몸부림은 우리 수출의 3대 악재로 지목되고 있다.
3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5원 떨어진 1063.0원에 장을 시작했다. 일각에선 1000원 선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하면서 900원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수출의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해졌다.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손익분기점은 대기업의 경우 1059원, 중소기업은 1102원이다. 중소기업은 이미 적자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투자심리가 바닥인 상황에서 환율 하락이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져 장기 경기 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도 존재한다. 이는 수입물가 상승을 유발하면서 우리 수출 경쟁력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친다. 이란 핵 긴장 등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에다 미국의 ‘재정절벽’ 타결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 타결로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원자재 시장으로 투기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동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원유 공급 차질로 유가 등이 크게 상승해 세계 경제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면서 “국제 곡물 가격도 혹한 등으로 1분기까지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 움직임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무제한 금융 완화를 선언하면서 엔저를 통한 수출 경쟁력 강화를 선언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는 수출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데 일본과 경합하는 가전, 정보통신, 자동차 등에 상대적으로 타격이 클 것”이라며 “이번 원화 강세는 세계 경제가 좋을 때 나타나던 과거와 달리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타나 한국 수출에는 더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버락 오바마 2기 미국 행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회복을 위해 수출 확대와 제조업 지원 등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동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