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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양춘병> 새 정부 인사(人事)에 바란다
인사권은 당선인의 고유 권한이지만 그 권한은 국민들이 맡긴 것이다. 여론의 눈치를 봐서도 안 되겠지만 여론에 눈감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더욱이 박 당선인 앞에는 국민통합이란 당면 과제가 놓여 있다.


이명박 정부는 5년 내내 인사에 시달렸다.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 강부자(강남 부동산 자산가) 논란을 낳은 정권 초 조각부터 임기 중후반 검찰총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등 핵심요직 내정자들의 연이은 낙마까지 인사파행이 거듭됐다. 금융권 등 민간 영역에서조차 ‘4대천황’이니 ‘PK천하’니 하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돌며 정권의 발목을 잡았다.

이 때문에 “현 정부의 적지 않은 공(功)이 인사 하나로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래로 정치의 알파와 오메가에 인사가 있음이다.

조선 중기 사림학파의 종조 김종직은 ‘정치의 모든 실적은 인물의 전형과 임용에 있으니, 철인은 안팎으로 천거함을 어찌 혐의 있게 여기리오’라 했다. 정조 임금은 ‘인재를 등용하는 법은 넓고 공평하게 하는 것을 귀히 여기니, 남북으로 한계를 짓고 피차에 구애되어 스스로 아주 좁은 곳으로 나아가서야 되겠는가’라며 탕평인사를 중히 여겼다.

중국에서도 춘추시대 진(晉)나라 사람 기해는 인재만 적당하면 아들이나 원수를 가리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기해천수(기해가 원수를 추천함)’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인수위 구성과 조각을 앞두고 있는 박근혜 당선인의 각오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행인지 불행인지 박 당선인은 현 정부의 인사파행을 5년간 지켜봐왔다.

박 당선인이 지난 25일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봉사활동을 마친 뒤 “최근 공기업ㆍ공공기관 등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서 보낸다는 이런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는데, 다음 정부나 국민께도 큰 부담이 되는 일이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실행 여부다. 역대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나왔던 얘기가 탕평과 인재중용이었지만, 드러난 결과는 그렇질 못했다.

그제 있었던 박 당선인의 첫 번째 인사를 두고도 벌써부터 말들이 많다. 측근 세력인 친박(親朴)이나 영남권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지만, 우편향 인물이 수석 대변인에 기용된 것에 대해서는 여권 내부에서도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결과적으로 ‘100% 대한민국, 국민통합, 대탕평’을 강조했던 당선인의 강조점과는 궤를 달리한 인사였기 때문이다.

국민통합의 첫걸음은 무엇보다 ‘기해천수’의 심정으로 상대를 포용하는 것이다. 대변인이라는 직책이 ‘당선인의 입’이란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굳이 통합의 명분을 거스를 만큼 값어치 있는 인사였는지는 의문이다. 인사권은 당선인의 고유 권한이지만 그 권한은 국민들이 맡긴 것이다. 여론의 눈치를 봐서도 안 되겠지만 여론에 눈감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더욱이 박 당선인 앞에는 국민통합이란 당면 과제가 놓여 있다.

복잡다단한 현 세태에 대통령 한 사람이 경제와 통일, 외교, 안보 등 국정 모든 분야에 만능일 수는 없다. 사람 보는 눈이 뛰어나 그 사람을 적당한 자리에 위치시키고 그 사람의 능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훌륭한 지도자다. 사람 보는 눈을 가진다는 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진다는 것이다. 홀로 된 판단과 선입견에서 벗어나 여론을 무시로 경청할 때 세상 보는 눈은 밝아진다.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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