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빈소를 찾아온 너무 많은 사람들. 그럴수록 커지기만 하는 피할 수 없는 공허. 사람들 곁에서 혼자 누워 있는 어머니 생각. 한꺼번에 허물어지는 모든 것.”(1977년 10월 27일)
“나는 이 일들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결국 문학이 되고 말까 봐 두렵기 때문에. 혹은 내 말들이 문학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런데 다름 아닌 문학이야말로 이런 진실들에 뿌리를 내리고 태어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1977년 10월 31일)
기호학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랑스 사상가 롤랑 바르트가 어머니의 죽음 후 적어놓은 쪽지들이다. 1977년 10월 25일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날부터 2년간 적어놓은 메모형 글은 현대저작물 기록보존소에 간직돼 있다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애도일기’(김진용 옮김/이순)는 어머니와 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했던 바르트가 참담한 시간 속에서 어떻게 시시각각 죽음에 직면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때로 아주 잠깐 동안, 넋이 나간다”, “새로운, 이상한 강렬함이 있다”, “슬픔은 잔인한 영역이다. 그 안에서 나는 불안마저 느끼지 못한다”…. 무방비 상태에서 슬픔이 찾아올 때마다 쓴 짧은 글들은 비명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언어학자로서 그의 직업병이랄까. 바르트는 이런 글조차도 문학적 글쓰기가 될 수 있는지 고민한 흔적을 내비친다. 같은 시기에 집필한 ‘밝은 방’은 어머니의 상실을 다루지만 사진을 통해 어머니를 다시 만나는 바르트의 발견의 기쁨이 넘쳐난다. ‘애도일기’는 끝내 어머니를 잃은 상처를 해소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어머니의 죽음 후 끊임없이 죽음 충동에 시달렸던 바르트는 ‘애도일기’가 끝난 이듬해 2월 길을 건너다 트럭에 치인 뒤 한 달 후 사망한다. 바르트는 자신의 죽음을 어머니와 하나 되는 것으로 여겼다. ‘자궁으로의 회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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