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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D-7> 아무리 한 표 아쉽다지만…朴·文 막판 ‘묻지마 공약’ 남발
軍급식 유기농산물로 공급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 등
공약집에 재원마련방안 없어

동남권 신공항·고속철 추가
지자체가 부담해야할 정책
현실적 임기내 실천 불가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묻지마 공약’이 남발하고 있다. 표가 된다 싶으면 재원이나 실현 가능성, 부작용 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내지르는 모습이다. 이런 공수표는 결국 부도수표로 끝나고, 이해당사자 간 엄청난 갈등만 초래하지만 각 후보 진영은 눈 앞의 한 표가 더 아쉬울 뿐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전군의 급식을 유기농으로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지난 11일 직접 발표했다. 현역 군인에 대한 복지증진은 물론 농촌도 함께 사는 일석이조라는 자평이다. 일반 농산물보다 약 1.5배 비싼 유기농으로 만든 밥과 국 그리고 반찬을 60만 현역 군인에게 제공하겠다는 야침한 공약이다.

문제는 현실 가능성이다. 약 2000원 내외인 장병 1인당 급식 예산을 당장 1.5배 이상 올려야 함은 물론 60만명이 매끼니 먹을 수 있는 유기농산물도 확보해야 한다. 통상 일반농산물에 비해 생산량이 적게는 4%, 많게는 30%까지 적은 유기농산물의 특징을 감안하면, 필요한 군납 물량 확보가 난망하다. 이 밖에 군복무 단축, 간부 정년 연장 등도 실현 가능성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 인상도 문제가 많은 공약으로 꼽힌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고 김우동 홍보실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최근 TV 토론에서 임기 내 현행보다 연금 수령액을 배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지금도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은 외면한 공약이다.

65세 이상 노령층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기초노령연금 인상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매년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지만, 정작 후보의 공약집에는 재원 마련 방안은 빠져 있다.

황당 공약은 지방에서 더욱 힘을 발휘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매일 전국을 돌며 수조원짜리 공수표를 찍어냈다. 10조원 이상이 드는 동남권 신공항, 환경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군항 이상의 환경 파괴 및 재원 소요가 불가피한 제주 신공항, 수요조차 불명확한 지방도시 간 고속철도 건설 공약은 국민도 모르는 새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사업 대부분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돈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안그래도 재원부족에 시달리는 지자체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규모다.

현실적으로 다음 대통령 임기 내 실현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결국 일단 선거에서 공약을 내놓고, 나중에 재원 부족 등을 이유로 빠져나갈 구멍까지 마련해놓은 셈이다.

당장 돈으로 환산 가능한 복지나 경제 분야에서도 공약 남발은 이어졌다. 지금도 맞벌이부부가 월 15만원 이상 내고 있는 건강보험료를 배 올려도 될까 말까 한 무상의료를 ‘추가 부담 월 5000원’으로 할 수 있다는 후보의 발언을 놓고 네티즌은 과거 “짜장면 한 그릇 안 먹으면 북한의 전력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한 정치인의 발언을 떠올리며 비판에 나섰다.

서울과 수도권의 철로를 덮고 그 위에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공약은 “차라리 새로 만드는 게 더 싸다”는 전문가들의 지적 앞에 슬그머니 공약집 뒤로 밀어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황당한 공약은 정책이 아니라 공수표일 뿐”이라면서 “실현 불가능한 것을 들고 표를 호소하는 것은 유권자 수준을 깔보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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