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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매력적인 바리의 탄생

제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정윤 장편소설 ‘프린세스 바리’


또 한 명의 ‘바리’가 등장했다. 바리데기 설화는 ‘바리데기’ ‘오구풀이’ ‘칠공주’ ‘무조전설’ 등으로도 불리며 전국 각지에서 조금씩 변형된 형태로 전해 내려온 이야기다.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으로 재탄생된 바 있던 바리데기 설화가 이번엔 매력적이고 기묘한 캐릭터의 현대판 바리로 탄생했다.


제2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박정윤의 장편소설 ‘프린세스 바리’는 바리데기 신화를 바탕으로 인천 변두리 지역을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들의 삶을 디테일하게 복원한 작품이다. 제2회 혼불문학상 심사위원 중 하나인 소설가 하성란은 “많은 이들이 매력을 느끼는 만큼 앞으로도 많은 바리 이야기들이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 이 매력적인 바리의 캐릭터를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평했다.


소설의 배경은 인천의 척박한 동네. 연탄회사 사장의 일곱번째 딸인 바리는 엄마에게 버림 받고 토끼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다. 정규교육도 받지 못한 채 밑바닥 인생을 사는 바리는 문을 열면 바로 앞에 기찻길이 있고, 비만 내리면 집 뒤 동산에서 흙이 쏟아져 내리는 집에서 토끼 할머니와 지내며, 중국인 소녀 나나진에게 세상 물정을 배워가고, 굴뚝 청소부 청하와 사랑을 키워간다.


그러던 중 토끼 할머니와 함께 바리를 돌봐준 산파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옐로하우스에서 몸을 팔던 ‘유리’ 연슬 언니는 자살을 했고, 느지막이 만난 사랑이 죽자 청하의 할머니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바리의 주변인물 설명에도 공일 들인 ‘프린세스 바리’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 보여주며, ‘바리’와 이들의 죽음에 얽힌 비밀스런 사건들을 그려낸다.

 


녹쇠라 불리는 남자가 바리에게 '하얀대문집' 영감을 죽여달라고 의뢰하면서부터 긴장감을 조여간다. 마침내 '하얀대문집' 영감이 죽었다는 소문이 퍼지자 토끼 할머니는 바리 주변에서 죽어나간 산파, 연슬, 청하사에 대해 의혹을 갖기 시작하고 소설은 예상치 못한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바리데기 신화의 ‘바리’는 부모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지극한 효심을 보여주는 여성이지만, ‘프린세스 바리’의 ‘바리’는 일반적인 세상의 규칙이나 가치에 대한 교육이 전혀 없고 자신의 본능적인 감각에 충실한 인물이다. 죽고 싶은 이가 죽음에 이르도록 돕는다는 설정과 자기 안의 본능에 따라 살아가는 바리의 캐릭터는 세상의 원칙에 맞춰진 삶을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독자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문학상 수상작 중 가장 많이 팔린 제1회 혼불문학상 ‘난설헌’의 후속작이기에 더욱 주목 받는 ‘프린세스 바리’는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이다. 제2회 혼불문학상을 심사한 교수 겸 평론가 류보선은 ‘프린세스 바리’에 대해 ‘서서히 우리 소설사의 중심에서 사라져간 밑바닥 삶을 성공적으로 귀환시킨 소설’이라고 심사평을 밝혔으며, 소설가 전경린은 이 소설에 대해 “자기의 운명을 읽어내면 누구나 신화의 주인공이 된다. 탄생과 죽음과 살아감 속에 균질하게 생명력의 물질이 바글거리는 매혹적인 소설”이라는 감상평을 남기기도 했다.


▲저자소개: 박정윤은  1971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바다의 벽’이, 2005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단편 ‘길은 생선 내장처럼 구불거린다’가 당선됐다.


▲프린세스 바리/ 박정윤 지음/ 347쪽/ 1만3000원/ 다산책방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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