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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히~"한상대 떠났지만 안녕하지 못한 靑ㆍ검찰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 임기말 불거진 ‘검란(檢亂)’으로 고민에 빠졌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사퇴했지만 후임 인선이 쉽지 않고, 이번 사태로 ‘레임덕(lame duck)’이 극명이 드러난만큼 임기말 국정운영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권재진 법무장관에 대한 안밖의 사퇴압력, 산산조각난 검찰조직을 추스러야 하는 부담도 크다.

한 총장은 30일 오전 10시 "떠나는 사람은 말이 없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는 짧은 말은 남기고 사퇴했다. 이 대통령은 즉각 “검찰이 보여준 최근 일련의 사태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게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수용했다.

한 총장은 당초 검찰개혁안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 사표를 제출한 후 재신임을 묻겠다고 벼텼지만, 전날 밤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이 개혁안 발표중단과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등 내부반발이 거세지자 최종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장의 잔류에 무게를 두었던 청와대도 권 법무장관을 통해 더 이상 한 총장 체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로써 현직검사의 억대뇌물수수ㆍ성추행 등에 이어 검찰총장과 대검중수보장이 정면충돌한 초유의 ‘검란(檢亂)’ 사태도 표면상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하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당장 검찰총장 공석이 장기화할 가능성이다. 청와대는 "후임 인선은 법무장관이 하는 게 맞는데, 현실적으로 대행체제로 가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밝혔다. 정권 말기인데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후임 검찰총장이 임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18대 대통령 당선인과 협의, 후임을 정할 수도 있지만 채동욱(53·사법연수원 14기) 대검 차장의 직무대행 체제가 4개월정도 이어질 공산도 크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 총장이 책임을 지고 퇴진하는 것을 계기로 삼아 검찰은 철저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시대에 맞는 개혁을 추진하는 것만이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고 검찰 스스로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면서 "법무부장관은 검찰이 더 이상의 동요없이 엄정한 대선관리와 연말연시 법 질서 관리등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게 철저히 관리 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추진력도 이번 사태로 사실상 ‘멈춤’단계에 접어들 전망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내부의 반발로 ‘쫓겨나다시피’ 물러난 것은 더 이상 ‘령(令)’이 서지 않는 상황임을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게다가 이번 사태의 본질이 중수부 폐지를 둘러싼 검찰총장과 중수부장의 대립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편중인사와 이에 순응해 출세가도를 달린 정치검찰이 빚어낸 구조적 폐단이 폭발했다는 지적도 많다.

이 대통령 취임 후 고려대-영남인맥, 그리고 2007년 대선 직전에 실시된 BBK수사라인이 요직을 독점해온게 사실이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지검장에는 2009년부터 노환균-한상대-최교일 등 고려대 출신만 중용됐다. 또 BBK수사때 현재 최재경 중수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이 대통령의 각종 의혹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특히 한 총장의 경우 임기 중 이뤄진 내곡동 사저부지 수사, 국무총리실 민간인사찰사건 수사는 검찰 내부에서도 대표적인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권 법무장관의 경우도 임명때부터 잡음이 많았었다. 이에 따라 한 총장의 사퇴로 검찰내분이 종결된게 아니라, 정권교체기와 맞물려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한편 이번 사태로 매번 도마위에 올랐다가 흐지부지됐던 검찰개혁에 대한 필요성도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후보측은 대검 중수부를 무력화하는 상설특검제도입을 이미 예고했고,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대검중수보 폐지하고 공직비리수사처를 설치하고 검찰과경찰의 수사권을 이원화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상대적으로 검찰개혁에 온건한 입장을 견지했던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위원장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력한 검찰개혁을 예고했다. 내부개혁에 실패하고 자체적으로 조직 정화를 하지 못해 악취가 진동하는 검찰의 운명이 외부의 칼날을 맞게 된 셈이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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