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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콘정치>“대선판 재미없다...허경영ㆍ김길수 어디갔어?”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허경영 이번에 왜 안 나온데?”

최근 만나본 일반 유권자로부터 자주 들었던 말 중 하나다. 이들은 하나 같이 “대선판이 재미없다”고 입을 모았다. 매번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했던 이색후보ㆍ이색공약이 없어서 아쉽다는 것이다.

역대 대선을 보면 황당한 공약이나 우스꽝스러운 후보가 혜성같이 나타나 국민들에게 큰 웃음을 준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색후보들은 선거에서 득표는 거의 하지 못했지만 스스로 망가지는(?) 역할을 자처하며 기성 정치권을 풍자했다. 여야가 죽기살기로 맞붙는 대선판에서 이들은 정치권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일종의 ’삐에로’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 그러했던 약방의 감초들을 이번에 못 보게 됐으니 유권자들도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이색후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김길수 국태민안호국당 전 총재다. 16대 대선에 출마한 그는 ‘불심으로 대동단결’이라는 전무후무한 캐치프레이즈와 오색찬란한 포스터로 대중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하지만 당시 노무현-이회창 후보의 치열한 대결 속에 0.2%(3만7703표)의 득표에 그쳤다,

가장 유명한 이색후보는 단연 허경영 민주공화당 총재다. ‘허본좌’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그는 17대 대선에서 ‘국회의원 100명으로 줄이고 후보들에게는 ‘출마고시 실시’, ‘결혼하면 1억, 출산하면 3000만원 지급’, ‘대학 등록금 100% 지원’ 등의 거창한 공약을 내세웠다. 여기에 ‘공중 부양을 할 수 있다’라거나 ‘IQ가 430’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지만, 그의 이색행보는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논란 등 여야의 네거티브 대선전으로 지친 국민들에게 활력소가 됐다. 득표에서도 0.4%(9만6756표)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민에게 재미를 줬던 이들의 뒤끝은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김 전 총재는 2003년 사기 혐의 등으로 징역 5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은 뒤 행적이 알려져 있지 않다. 허 총재도 허위사실유포죄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고 2013년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그런데 이번 18대 대선을 다시 돌아보면 허 총재의 공약도 그렇게 황당무계 했던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여야는 앞다퉈 반값등록금ㆍ무상보육 등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고 있고,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의 ‘국회의원 감축’ 주장도 정치권에 적잖은 반향을 준 것이다.

현재 대선판에는 국회의원을 보유한 정당 후보를 제외하고 박종선ㆍ김소연ㆍ강지원ㆍ김순자 등 4명의 군소후보들이 뛰는 중이다. 강 후보가 선전하고는 있지만 거대 후보에게 막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치싸움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은 여전히 ‘약방 감초’들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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