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무관심에 분노…미친 존재감 알리기
배우 황정민 암살자 연기·첫 연출 도전작
다시 서울 무대서는‘ 셜록홈즈’
완벽해 보이는 진실 뒤에 또아리 튼 거짓찾기
정교해진 스토리텔링·서정적 멜로디 압권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총소리. 몇 발의 총성은 사건을 만들어내고 역사를 만들어냈다. 뮤지컬 ‘어쌔신’과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은 각각 대통령 암살자들과 미궁의 사건을 풀어나가는 탐정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 20일부터 서울에서 동시에 개막한 ‘어쌔신’과 ‘셜록홈즈’는 두산아트센터와 숙명아트센터에서 각각 공연중이다.
▶세상에 대한 9명 암살자들의 총소리와 외침, ‘어쌔신’=1800년대부터 1900년대까지 미국의 대통령을 암살했거나 암살을 기도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이 작품은 연대별로 다른 암살자들이 동시대에 모두 모인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극을 전개한다.
‘어쌔신’에서는 링컨 대통령을 암살한 존 윌크스 부스부터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암살한 리 하비 오스왈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존 힝클리까지 9명의 암살자들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뮤지컬 ‘어쌔신’에서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의 암살자 찰리 귀토를 연기하는 연출 황정민. [자료제공=샘컴퍼니] |
남북전쟁과 흑인정책에 대한 반대란 거창한 이유로 암살을 시도한 자도 있지만 연인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여배우 조디 포스터에게 존재를 알리기 위해, 배가 아파서 등 웃지 못할 저마다의 이유로 암살을 시도한 자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대통령 암살을 계획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사회의 무관심 때문. 암살자들의 총성이 난무하는 스릴러극일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은 저마다의 사연을 전하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맨오브라만차’의 돈키호테 황정민이 ‘어쌔신’에선 프랑스 대사 청탁이 거절돼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을 암살한 찰리 귀토를 연기하고 동시에 이번 작품의 연출도 맡았다. ‘어쌔신’은 그의 첫 연출작.
이 밖에 리 하비 오스왈드와 빌라디어 역을 최재림ㆍ강하늘이 연기하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 암살자 비크 역은 정상훈ㆍ남문철이, 9명이 함께 모이는 무대인 카니발 사격장 주인 역은 이상준이 맡는다.
‘어쌔신’은 브로드웨이의 유명 작곡가 스티브 손드하임의 작품으로 2004년 토니어워즈에서 베스트 리바이벌 뮤지컬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조명상, 작곡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
20일부터 서울에서 다시 공연되는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 [자료제공=레히] |
▶두 발의 총성 ‘범인은 바로 너’,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지난 8월부터 장기 공연하며 지방 공연까지 마친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이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 숙명아트센터에 새로운 무대를 마련한 ‘셜록홈즈’는 치밀해진 인물묘사와 대대적인 편곡, 새로운 캐스팅으로 재무장을 마쳤다.
‘영웅’의 안중근 김수용이 셜록홈즈 역으로 합류했고 고세원이 앤더슨가의 쌍둥이 형제 아담과 에릭 1인 2역을 맡았다. 여자 왓슨 제인 왓슨으로 김은정과 문혜원이 다시 돌아왔고 소프라노 신델라가 새롭게 루시 존스 역으로 합류해 캐스팅을 강화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앤더슨 가문에서 울린 두 발의 총성과 사라진 루시 존스. 쌍둥이 형 아담 앤더슨과 동생 에릭, 숙부 포비 앤더슨은 루시 존스를 찾기 위해 셜록홈즈의 탐정 사무실을 찾아 거액의 사례금을 건네며 사건을 청탁하고 수사에 착수한 이후 앤더슨가 주변 인물들이 차례로 살해당한다.
장기 공연을 통해 창작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은 지난해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작품상 등 3개 부문 상을 수상하고, 올해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올해의 창작뮤지컬상을 비롯한 5개 부문에서 상을 수상했다. 창작뮤지컬 시상식인 예그린어워즈에선 3관왕에 오르며 작품성을 검증받았다.
‘셜록홈즈’는 다음달 31일까지 공연을 끝으로 시즌을 마무리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