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만대에서 출발한 삼성 스마트폰, 5690만대로 43배 성장
시장에서 1등 했지만 소비자의 마음 훔치는 단계엔 못미쳐
다음 목표는 확실한 ‘삼성 스타일’ 지닌 제품 만드는 것
애플과의 특허소송 리스크 관리도 숙제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 “반드시 1명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옵니다. 전화기를 중시해야 합니다.”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은 1993년 신경영 선언 후 신수종 사업으로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1년 뒤 애니콜이란 브랜드가 탄생했고 18년 만에 삼성전자는 글로벌 휴대전화 판매량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2010년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할 당시 이 회장은 “10년내 삼성 대표 제품이 사라질 수 있다”며 ‘위기론’을 강조했다. 아이폰 대항마격으로 내세운 삼성 옴니아가 크게 실패한 뒤 나온 강력한 경고였다. 3개월 이후 최대 전략폰 갤럭시S가 나왔고 후속 시리즈가 출시되며 삼성전자는 1년 만에 스마트폰으로도 세계 정상을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에 탄력이 필요한 시기와 스마트폰으로의 연착륙이 절실하던 시점 모두 이건희 회장이 전면에 나섰다.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프리미엄과 보급형 제품 모두 석권하며 시장을 제패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진정한 IT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독창성과 혁신은 아직 부족하단 지적이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삼성만의 휴대전화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절대강자 노키아, 숙적 애플을 넘다= 로이터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8800만대의 판매량을 올렸다. 이에 8300만대에 그친 노키아를 제치고 글로벌 휴대전화 판매량 1위 기업으로 등극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지난 14년 동안 전 세계 휴대전화업계를 군림해온 노키아를 꺾은 셈이다.
배경에는 스마트폰이 있었다. 노키아도 스마트폰으로의 전환하는 시기에 위기를 겪었지만 삼성전자처럼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완벽히 진입하면서 아이폰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애플의 최대 경쟁자로 떠올랐다. 그러다 지난해 974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9300만대에 그친 애플에 앞서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3분기에는 삼성전자가 5690만대를 판매해 2690만대를 판매한 애플의 두 배 이상 기록을 세우며 격차를 더욱 벌렸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2009년 1분기 집계할 당시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130만대 수준이었다. 하지만 3년 만에 삼성 스마트폰은 43배 가량 뛰며 폭풍 성장의 모습을 보여줬다.
▶많이 팔리는 폰에서 정말 사고 싶은 폰으로 진화= 지금까지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우수한 부품과 높은 사양의 제품으로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늘 따라붙는 첨언은 ‘아이폰에만 있는 무언가가 삼성 제품에는 없다’였다. 즉 소비자들이 감성에 끌려 아이폰을 산다면 갤럭시는 이성으로 접근해 분석하며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시장에서는 1등을 차지했지만 아직 소비자의 마음까지 완벽히 훔치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자평이 삼성전자에서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고민에서 나온 제품들이 갤럭시 노트와 갤럭시S3다. 노트에 펜으로 메모하는 아날로그 감성을 디지털 기기인 스마트폰에 접목한 것이 갤럭시 노트다. 삼성전자가 ‘마켓 크리에이터(시장 창조자)’로서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기 위해 내놓은 제품이다. 이와 함께 갤럭시S3는 전에 없던 디자인을 도입하고 인간과 소통하는 스마트폰 콘셉트를 강조했다.
두 제품 모두 판매량으로 어느 정도 성공은 입증했다. 하지만 혁신적이다는 평가를 받기엔 출발에 불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향 평준화된 스마트폰 시장에 또 한 번 점프하기 위한 깜짝 제품을 아직 아무도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30여건에 달하는 애플과의 특허소송도 앞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하면서 삼성전자가 극복해야 할 리스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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