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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정치인의 성추문 역사 들여다보니
[헤럴드 경제=김영화 기자]영국의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즈는 지난해 세기의 10대 성추문 사건을 선정했다. ‘발정난 침팬지’라는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성추문 사건이 주요 외신에 대서특필되던 때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미국 정치인들이 5명이나 포함된 점이다.

우리나라의 고질병인 정경유착 만큼 미 정계 인사들의 성추문 역사는 그 뿌리가 아주 깊다. 오죽하면 백악관의 부패, 음모, 스캔들을 파헤친 ‘미국 대통령, 그 어둠의 역사’란 책에서 영국인 저술가 마이클 케리건은 “‘권력은 가장 강력한 최음제’라는 헨리 키신저의 주장에 반박할 사람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정치인이 더 부도덕해서라기 보다, 언론의 사회 자정 기능이 강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국은 성적으로 개방된 사회지만, 아직 정치에는 청교도적 영향이 강하다. 특히 성윤리에 있어서는 정치인에게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그러기에 성추문 연루 정치인을 향한 미 유권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냉혹하다. 주홍글씨의 낙인이 찍혀 수십년간 공들인 정치 경력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탈세나 파산신고 못지않게 호된 대가를 치르게 되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조롱거리가 되곤 하는 미국 정치와 성(性), 그 끈적하게 얽힌 연결고리를 따라가봤다.

▶성추문에 얼룩진 백악관=초대 조지 워싱턴 부터 별난 애정 행각을 벌였다. 친구의 아내인 샐리 페어팩스를 흠모한 그는 대통령이 되고 나서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의 알짜배기 땅을 페어팩스라고 이름지었을 만큼 그녀에 대한 집착이 심했다. 미국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도 자신의 딸의 흑인 노예인 샐리 허밍스를 무려 36년이나 첩으로 두고 지냈다. 샐리와 처음 관계를 가질 때 그녀의 나이가 14살이었다는 루머도 있다. 샐리는 모두 6명의 아이를 낳았는데, 아직까지 친자 확인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세기의 정치 스캔들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35대 존 F 케네디와 당대 최고의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밀애다. 특히 먼로가 자택에서 의문사하고, 이듬해 케네디가 암살을 당하면서 아직도 음모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42대 빌 클린턴도 백악관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망신을 당했다. 클린턴은 당시를 회고하며 마귀에 씌였었다고 변명했고,르윈스키는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클린턴이 “정직하지 못하다”며 “그는 역사를 수정하는 사람(Rev isionist Of History)”이라고 비난했다.

▶대선 후보들도 성추문에 줄줄이 낙마=1988년 대선에 출마한 콜라라도주의 상원의원이었던 게리 하트는 참신한 이미지로 ‘제2의 존F 케네디’라고 불리며 미국민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경선 출마 때 무명 모델과의 염문으로 경선 경쟁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 정치 생명까지 마감했다.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존 에드워즈는 암 투병중인 아내를 두고 자신의 선거캠프에서 일하던 여성과의 내연관계가 드러나 중도 하차해야 했다. 그는 선거운동 경비로 불륜 흔적을 감추려다 기소돼 도덕적인 치명타를 입었다. 지난해 12월 공화당 대선 후보인 허먼 케인이 과거 미 요식업협회장 시절 여직원 등 4명이 넘는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당해 대통령의 꿈을 접었다.

▶성추문에 풀뿌리 민주주의도 흔들?=전도유망한 주지사와 상ㆍ하원의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4년 짐 맥그리비 전 뉴저지 주지사는 측근이었던 골란 시펠과의 동성애 사실을 고백한 뒤 사임했다. 2007년 6월 클린턴의 ‘부적절한 행위’를 비난하던 래리 크레이그 상원의원은 남자 화장실에서 성행위를 요구하다 붙잡혀 곤욕을 치렀다. 그런가하면 2008년엔 비토 포셀라 하원의원이 내연녀 사이에 3살난 딸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재선 출마를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해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 주지사도 시간당 수천달러에 달하는 고급 콜걸들과의 상습적인 성매매 사실이 발각됐다. 평소 청렴결백을 강조하던 그는 위선자란 비난 여론과 함께 결국 정계를 떠났다. 2009년 6월엔 마크 샌퍼드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아르헨티나 여성과의 불륜 스캔들로 물러났다.

지난해엔 유독 성추문이 끊이지 않았다. 2월 크리스토퍼 리 하원의원은 웹사이트를 통해 알게된 여성에게 상반신 탈의 사진을 보냈다가 신원이 들통나 의원직을 잃었다. 5월엔 아널드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주지사가 10년전 가정부와 혼외정사를 벌이고 숨겨둔 아이까지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아내와 별거했다. 6월엔 뉴욕 시장 출마를 꿈꾸던 앤서니 위너 연방 하원의원이 6명의 여성에게 외설 사진을 올렸다가 의원직을 상실했다. 7월엔 첫 중국계 미 하원의원인 데이비드 우가 친구 딸인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자리를 내놨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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