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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 CIA국장 불륜 스캔들… ‘반전에 반전’ 정치게임 비화
공화당·백악관 등 정치적 계산 따른 의도적 침묵
수사 지연 정황 속속 드러나
향후 파장 주목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주 치정에 얽힌 스캔들로 전격 사임하면서 워싱턴 정가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를 수석 졸업한 모범생, 이라크 치안 불안을 해결한 전쟁 영웅으로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인 CIA 국장까지 차지한 퍼트레이어스에게는 차기 공화당 대권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전도양양했던 그의 미래는 지난주 TV 드라마 뺨치는 화끈한 스캔들 한방으로 물거품이 됐다. 사단은 그와 1년 이상 불륜관계였던 전기 작가인 폴라 브로드웰(39)이 퍼트레이어스와 친분이 있는 국무부의 자원봉사 직원 질 켈리(37)를 그의 또 다른 애인으로 의심해 수차례 협박성 e-메일을 보내면서 벌어졌다.

불륜 애인의 질투심이 빚은 촌극으로 끝날 뻔했던 이번 사건은 수사 보고 시점을 둘러싼 여야의 복잡한 정치 게임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에서는 백악관과 FBI가 수사를 고의로 질질 끌다가 미대선 이후에 발표한 것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했다. FBI의 e-메일 조사가 무려 넉 달이나 끌었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야당 인사들은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다. 더불어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피습사건 전에 CIA가 테러분자들의 시위상황을 백악관에 수차례 보고했다가 묵살당한 점을 고려하면 백악관이 그의 청문회 출석 전에 불리한 증인을 자르기 위해 사임시켰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10일 뉴욕타임스가 공화당의 에릭켄터 하원 원내대표가 FBI 요원으로부터 이 사실을 지난달에 미리 알았다고 특종 보도하면서 이번엔 야당으로 뜨거운 감자가 넘어갔다. 하원 원내대표가 미의회 정보 위원회에 정식 보고하지 않고 입다물고 있었다는 사실은 정치적인 계산이 작용했다는 게 명백하기 때문이다. 공화당 수뇌부 역시 차기 대선후보인 공화당의 자산을 파멸시키지 않기 위해 사전에 수사내용을 알고도 의회 정보위에 넘기지 않았다는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된 것이다.

하지만 11일에는 오바마 행정부의 에릭 홀더 법무장관도 지난여름에 FBI와 비슷한 시기에 이 사건을 보고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백악관은 백악관대로 그의 수사를 지연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치정에 얽힌 드라마가 워싱턴 정치의 거대한 모순을 드러내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형국이다. 

<고지희 기자>
/j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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