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빅3 증세 말하면서…숨기고픈 ‘더 큰 증세’
재생에너지는 전기료 인상 뒤따라
의료비 100만원은 건보료 부담 증가
노령연금 2배는 국민연금 인상 불가피


이번 대선에서 ‘증세’는 필수 과목이 됐다. ‘부자증세’부터 ‘감세축소’ ‘보편적 증세’까지 이름도 다양하다.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면서도 돈의 출처, 즉 세금에 대해서는 함구했던 과거 선거에 비해서는 진일보한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솔직해진 대선 주자들도 ‘보이지 않는 증세’ 앞에서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기료 인상’이 빠진 신재생 애너지 확대, ‘건보료 대폭 인상’을 생략한 무상의료, ‘국민연금 인상’이 불가피한 노령연금 2배 인상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사회보험, 공과금은 조세와는 다르지만, 서민들의 월급통장에서 매달 일정액이 빠져나가는 측면에서 사실상 세금으로 간주되는 항목들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최근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들어가는 암이나 희귀질병에 걸리더라도 건강보험으로 대부분을 커버해 개인의 부담을 최고 100만원으로 낮추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날 문 후보는 재원 조달 방안, 즉 건보료 인상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당 내 추산에서도 연간 8조원, 가구당 월평균 1만원에서 2만원씩 더 내야 한다. ‘표 떨어지는 소리’를 안 하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결과다. 이는 부자들이 조금씩 더 내면 충분이 보충 가능하다고 후에 덧붙였지만, 그 부자의 기준에 상당수 샐러리맨이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에는 또다시 침묵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발표했거나 발표 예정인 애너지정책도 마찬가지다. 원전의 신설을 중단하거나, 심하면 기존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고 풍력과 태양광, 조력 등으로 대체하겠다는 공약 뒤에는 전기료 인상이 숨어있다. 적정 부지의 한계, 환경 파괴 논란 등을 빼고도 지금도 높은 발전 단가 때문에 막대한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야만 건설 가능한 태양광, 풍력, 조력발전 시설임을 감안하면 이들 신재생 에너지 비중 확대는 전기료 인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최근 길거리 이곳저곳에 나붙은 ‘기초노령연금 인상’ 공약 뒤에도 국민연금 인상이 숨어있다. 2018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14%에 달하는 현실에서 기초노령연금은 현 상태를 유지한다 해도 막대한 재정 지출 증가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지급률을 지금보다 2배 늘린다면 그 증가폭은 더욱 가파르게 된다.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은 이 같은 기초노령연금 재원으로 국민연금을 지목하고 있다. 당장 400조원 가까이 쌓여있는 국민연금이 일정부분 부담하면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국민연금도 2035년 이후에는 재원 감소가 불가피하고, 그에 따른 가입자 개개인의 부담률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점은 지금까지 어떤 후보도 말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공약들이 재원에 대한 구체적 분석 없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결국 이해집단의 반대에 직면해 공약을 지키지 못하거나, 아니면 큰 폭의 증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