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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을 열고 그린 김범석의 진솔한 ‘산(山)’ 그림
여기 한국의 산(山)이 있다. 검고 진중하지만 낯설지 않다. 마른 풀과 무심한 바위 아래로 맑은 계곡과 오솔길도 보인다. 세파에 부대끼며 살아온 녹록지않은 우리네 여정이 수풀 사이에 녹아있는 듯하다. 여주에서 작업하는 화가 김범석의 산 그림이다.

김범석의 산은 기실 썩 잘난 산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못난 산도 아니다. 그저 우리 주위에서 쉽게 만나는 평범한 산이다. 작가는 산을 삶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을 열고 그린다. 그래서 그의 산수는 늘 진솔하고 의연하다. 보는 이의 마음도 스르르 열린다.

최근 2년간 무려 600여점에 달하는 산 그림을 그린 작가는 “흙 부스러기를 그리고 싶었다. 내 살의 일부분인 부스러기. 그 속에 생명이 꿈틀거리는 아주 작은 미동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여기(여주)에 와서 매일 보고 느끼고 체험하면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 그것, 흙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김범석이 그린 산수 연작은 서울 신문로의 성곡미술관(관장 박문순)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성곡미술관이 제정한 ‘2011 내일의 작가’에 김범석이 선정되며 열리는 수상기념전이다.
‘김범석-산전수전’이라는 타이틀로 열리고 있는 전시에는 지난 20여년간 땅의 문제에 천착해온 작가가 최근 여주에서 그린 작업실 주변풍경과, 실제 답사를 통해 우리네 자연을 진지하게 성찰한 수묵산수 등 대작 50여점이 내걸렸다. 또 15호 크기의 소품 470점도 나왔다.

조개껍질을 빻아 만든 하얀 호분(胡粉)과 칼칼한 먹이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듯 구사된 김범석 특유의 풍경은 농익은 미감을 한껏 보여준다. 초겨울 정취와도 꼭 들어맞는다.
좀처럼 묵직하고 옹골찬 한국화 전시를 만나기 힘든 요즘, 흔들림없이 전통 한국화를 오늘에 잇고 있는 작가의 전시는 더없이 반갑다. 전시는 12월 16일까지.[사진제공=성곡미술관]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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