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프리즘 - 조동석> 과천과 세종시 그리고 대통령
사실 대통령 바뀐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다. ‘정권을 누가 잡느냐’보다 우리의 미래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글로벌 경기침체로 민간이 아우성을 치지만 관료사회는 이 외침을 듣지 못하는 듯하다.


정부과천청사의 가을 단풍은 올해도 곱다. 1982년 보건사회부와 과학기술처의 입주로 시작된 과천정부 시대. 30년 세월을 뒤로 한 채 과천은 이제 다른 주인에게 속속 자리를 내줄 채비를 하고 있다.

과천의 상징이었던 과천청사 입주기관은 이달부터 하나 둘씩 세종시에 둥지를 튼다. 물론 이곳 과천에 다른 정부기관이 들어설 예정이지만, 핵심 부처가 세종시로 옮기면서 과천정부 시대는 마무리된 것이나 다름없다.

집을 옮기려고 하니 요즘 과천청사는 좀 어수선하다. 더욱이 정권교체기와 맞물리면서 관료들의 정책의지는 떨어진 듯하다. 둔해진 손놀림에다 떠나버린 마음. 이런 공무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정권 말,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정책기조가 바뀌니 이해 못할 법도 없다. 하지만 손 놓고 있자니 우리 사정이 너무 안 좋다.

지금 대선에 파묻혀 서민들의 절규는 들리지 않는다. 어려울 때일수록 서민만 죽을 맛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욱이 100세 시대인데 벌지 않고서는 그때까지 버틸 수 없을 터. 조기 은퇴한 우리네 아버지는 자영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한 집 건너 밥집이, 편의점이, 분식점이 있는데도 말이다.

아이 맡길 곳 없는 엄마는 오늘도 친척 집을 기웃거리고 있다. “차라리 둘째는 낳지 말걸.” 첫째에게 가장 큰 선물은 둘째인데도 말이다. 추워진 날씨,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은 온기를 찾아 이러저리 돌아다니고 있다. 빚 때문에 이 순간에도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서민정책까지 바뀌지 않는다. 지금 관가는 정권 교체보다, 세종시 이전보다, 진정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한 지인은 이렇게 말한다. “관악산 바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 좀 보세요. 전부 다 산이 좋아 왔겠어요?” 보고서 만들 게 없다면 주변 관악산이라도 올라가 보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온 사람도 있겠지만 갈 곳 없어 산을 벗 삼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사실 대통령 바뀐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다.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라는 자신의 책에서 ‘정권 재창출’보다 우리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성장 없는 분배는 가능한지,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대안인지, 양극화를 복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정권을 누가 잡느냐’보다 우리의 미래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글로벌 경기침체로 민간이 아우성을 치지만 관료사회는 이 외침을 듣지 못하는 듯하다.

정권 말 한국경제는 정치 리크스에 휘둘렸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올해도 마찬가지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계부채 폭탄, 일본식 장기불황을 걱정해야 하는 한국경제, 하우스푸어 문제 등 차기 정부는 시작부터 위기를 안고 출발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접시를 닦다가 깬 것은 용서할 수 있지만 안 닦은 것은 용서 못한다’는 전윤철 전 감사원장의 ‘접시론’을 관료사회가 되새겨볼 때다. 

dsch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