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공민왕을 받드는 우달치 대장이면서 백성의 뜻(민심)도 제대로 읽고 있는 최영(이민호) 캐릭터는 갈수록 힘을 받고 있다. 최영 캐릭터 하나만은 확실하게 건졌다. 그래도 김종학 PD-송지나 작가의 이름값이 드러나는 대목이다.그동안 역사극에서 일반적으로 그려졌던 근원을 알 수 없는 무조건적인 충심으로 가득 찬 무사의 활약이 시청자들에게 일차원적인 감동을 주었다면, 드라마 ‘신의’속 최영 캐릭터는 무거운 책임감과 타의적인 주종관계에 얽매인 무사로서의 쓸쓸한 애환을 진솔하게 그려냈다는 호평이 잇따르고 있는 것.
순수했던 첫사랑 매희(김효선)와 아비만큼 따랐던 대장 문치후(최민수)의 비극적인 죽음을 지켜본 후로 그저 죽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삶을 영위해왔던 최영은 “고려에 대한 충절 같은 건 잘 모르겠다’고 왕에게 고백하는 솔직함을 갖춘 캐릭터로 신선함을 선사했다.
그렇게 세상에 미련이 없던 고려 무사 최영이 ‘부끄러움을 아는’ 왕인 공민왕에게서 인간애를 느끼고 자신의 삶의 활기를 불어넣어준 은수라는 여인에게 사랑을 시작하면서 그의 마음에서 피어나는 진정한 충심과 신의, 그리고 연정은 그가 한 인간으로서 각성하고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왕에게 “언제나 그 분(은수)이 먼저였다. 이제 우달치 대장을 그만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는 모습은 너무나 멋있었다. 왕이 아닌 진정한 킹메이커로서의 최영이 주인공인 이 드라마는 최영의 입을 빌어 우리가 왕(지도자)에게 바라는 바를 이야기한다.
또한 궁에서 7년을 살았지만 아무 기억도 남지 않았다는 그의 읊조림과 도망 길에서 은수가 “평생 하루라도, 남들이 하라는 거 말고. 해달라는 거 말고,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보낸 적 있어요?”라고 묻자 “어제 그리고..오늘”이라고 대답하는 그의 말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데는 어렵게 가는 시간 속, 가난했던 그의 기억들을 짐작케 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6일 방송 된 ‘신의’ 20회에서는 궁으로 돌아온 최영이 안재(김태한 분)를 만나 독한 술을 나눠 마시다 “검이 무거워졌냐”는 질문에 자신의 검을 들어 무게를 가늠해보는 장면이 그려져, 열여섯 소년시절부터 수많은 살신을 거듭해왔던 그의 무거운 삶을 상기시켰다.
4회 방송분을 남겨두고 있는 ‘신의’속 최영이 공민왕의 든든한 조력자로서, 아껴주고 지켜주고 싶은 정인 은수를 위한 한 남자로서 활기를 띤 생을 이어가며 주체적인 무사의 삶을 어떻게 구축해나갈지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편, 지난 방송에서는 우달치 복장을 한 채 궁에 남아 호위대장으로서의 최영 곁을 지키겠다는 은수, 그런 그녀의 마음을 헤아린 최영의 화답으로 가까이 눈을 맞추고 미소 짓는 두 사람의 엔딩 장면으로 가슴 벅찬 설렘을 안겨주었다.
사랑을 아는 무사 ‘최영’의 외로운 뒤안길마저 섬세하게 조명해 이민호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민호의 눈빛은 강함과 슬픔을 동시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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