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숫자는 삼성전자의 전년 대비 올해 예상 매출액 증가 규모이며, 뒤는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 예상 규모(한국은행 전망치 2.4% 기준)다. 기업의 매출액과 국가 GDP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기업들이 ITㆍ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 글로벌 1~2위 내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로 급부상했지만, 사실 삼성전자를 제외해놓고 보면 아직 한국의 산업은 ‘앙꼬 빠진 찐빵’에 불과하다.
16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순이익 상위 100대 기업의 예상 순이익 합계는 91조8701억원으로, 예상 순이익 규모가 23조1130억원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비중은 25.2%에 달한다. 달리 말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가 없다면 전체 기업 이익의 4분의 1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비중이 절대적이다. 지난 15일 종가 기준 코스피는 1925.59지만 삼성전자가 없다고 가정한 지수는 고작 1567.35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08조8425억원(보통주ㆍ우선주 합계)으로 국내 증시 전체(코스피 기준) 시총의 18.6%를 차지한다. 시총 상위 10대 기업 내 비중은 49.7%로 절반에 육박한다. 대기업 비중이 크다는 한국이지만, 실제 따져보면 ‘삼성전자와 아이들’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27일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200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연간 매출액 200조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를 빼면 각종 거시경제 지표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한국은행과 삼성전자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부가가치인 명목 GDP는 1237조1282억원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한 기업이 30조5000억원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기업들이 ITㆍ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 글로벌 1~2위 내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로 급부상했지만, 사실 삼성전자를 제외해놓고 보면 아직 한국의 산업은‘ 앙꼬 빠진 찐빵’에 불과하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삼성전자의 부가가치를 뺀 명목 GDP 성장률은 2.8%로,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이 1.8%였던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없을 경우 실질 GDP 성장률은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연간 총수출액 규모가 615조원으로 매년 100조원 가까이 증가해 5년 안으로 수출 1조달러를 돌파할 수 있으리란 기대도 삼성전자(2011년 101조원)를 제외하면 말그대로 장밋빛 전망에 그치게 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전무)은 “삼성전자가 없는 대한민국 산업과 경제는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다고 해서 그 비중을 인위적으로 낮추려고 하기보다는 다른 신성장 산업을 적극적으로 키워서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동석ㆍ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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