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특허 침해따른 특허횡포 차단…머리맞댄 지구촌
ITU·각국 규제당국 제네바서 첫 논의공정한 경쟁룰 퇴색 차단 의지 반영
삼성-애플간 소송전 새국면 진입 촉각
전 세계적으로 IT기업 간 특허소송이 진행되며 경쟁사 제품에 대해 판매 금지까지 요청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각국 규제 당국이 표준특허 침해에 따른 판매 금지 남발 제한을 검토키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 확전에도 제동이 걸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11일 영국의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ITU 특허 라운드 테이블’에는 삼성전자,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리서치인모션 등 굴지의 IT 대기업들이 참가했다. 특히 유럽 미국 한국의 공정거래 당국과 중국 표준기관, 일본 무역진흥회 등이 자리해 과열된 특허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첫 국제 특허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ITU는 표준특허 침해를 이유로 경쟁사 제품에 대해 판매 금지를 제기하는 기업들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은 물론 모토로라모빌리티,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IT기업들이 표준특허를 판매 금지에 활용해 공정한 경쟁의 룰이 퇴색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ITU는 또 이번 특허 라운드 테이블이 끝나더라도 향후 1년간 표준특허를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추가로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제기구와 각국 규제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표준특허 남용에 따른 판매 금지 단속에 들어가면서 향후 전개될 특허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애플을 상대로 표준특허 침해를 주장하는 삼성전자는 물론 지난해부터 기업 인수ㆍ합병을 통해 무더기로 표준특허를 확보한 애플 또한 특허소송 확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라운드 테이블의 초점은 프렌드 조항. 프렌드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 특허에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마둔 투레 ITU 사무총장은 “표준과 특허는 둘 다 혁신을 높일 수 있는 가치이지만 최근 이 둘의 관계는 복잡해지고 있고, 심지어 표준특허에 대한 적대감마저 생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특허 소유자나 제조사들이 항상 프렌드 조항에 동의하지 않고 라이선스 계약 없이 제품을 출시해 특허소송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키아는 특허에 대한 보상을 거부하거나 특허료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 판매 금지 명령이 불가피하다고 반박했다. 퀄컴도 표준특허 침해에 따른 판매 금지를 제한한다면 앞으로 모든 회사가 자사 기술의 특허화를 주장하고 나서 더 많은 소송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합병으로 확보한 스마트폰 필수 표준특허를 남용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중점 조사 대상은 기업의 인수와 합병으로 확보한 스마트폰, 태블릿PC 관련 필수 표준특허를 라이선싱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공정 경쟁을 저해했는지다. 통신, 데이터 취급 기술과 관련된 필수 표준특허 운용 방식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FTC의 이번 조사는 IT기업들이 합병으로 확보한 특허를 무기로 삼는 관행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에 알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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