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마디로 서울시장까지 바꿔버린 괴력
“安風은 현실” 여의도서도 인정
국정운영 경험·검증공세 대처능력
본선 돌입땐 지속가능성 의구심도
2011년 9월 이후 현재까지 한국 정치의 키워드는 ‘안철수 현상’이다. ‘기성 정치에 대한 절망’은 국민들로 하여금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품게 했고, 이는 곧 ‘안철수 현상’의 토양이 됐다. 국민들은 안철수에 ‘기대와 바람’을 투사했고 ‘단체로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2002년 월드컵의 구호처럼 ‘정치 안 한다’던 안철수는 결국 대선에 출마했다.
안철수에게 모인 지지는 신드롬이 됐고 ‘현상’이 됐으며, 현실정치를 바꾸는 괴력이 되기도 했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은 ‘안철수 현상’이 신기루가 아님을 입증한 첫 사건. 지지율이라는 ‘추상’이 박원순 당선이라는 ‘구체’가 된 것이 바로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였다.
정치학자와 여의도에서도 안철수 태풍이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후보의 대통령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안철수 현상’은 올해 대선에선 이미 변수가 아닌 상수다. ‘현상’이 ‘투표’로 이어진 사례도 실제 있지 않았냐”며 “후보 검증 과정에서 과거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문제 같은 대형 악재가 터지지 않는 한 안철수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선을 불과 80여일 앞둔 현재 안철수 현상의 지속 여부, 그리고 안 후보의 완주 여부에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대선을 앞두고 부상했던 제3 세력은 결국 본격적인 대선전에 돌입할 경우 맥없이 무너지거나, 군소 후보로 전락한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2007년의 문국현과 고건, 2002년의 정몽준, 1997년의 조순과 1992년의 박찬종이 그들이다.
‘안철수 의구심’의 핵에는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 ▷부족한 국정운영 경험 ▷검증 공세 내구력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 등이 놓여 있다.
안 후보는 지난 19일 출마선언문에서 자신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지지가 결국은 “이제 좀 정치를 다르게 해보자, 새롭게 출발해보자”는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안 후보의 스텝은 첫발부터 꼬였다. 금태섭 변호사의 ‘안철수 불출마 종용·협박’ 폭로 기자회견의 타깃은 새누리당이었지만, ‘안철수도 다를 것 없다’는 유탄이 되어 돌아왔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폭로 후 정치적으로 제대로 대응을 못한 것이 안 후보에 대한 정치적 불안감을 키웠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국정능력,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함께 커졌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국정운영 경험’도 ‘안철수 현상’의 지속 가능성을 의심하게 하는 이유다. 안 후보는 대학원장과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냈지만 정치 경험은 없다. 안 후보는 ‘수영장에서 수영하면 바다에서도 할 수 있다’ ‘직원 300명 회사를 경험했는데 국가운영 못하겠느냐’고도 했다. 안 후보의 이런 발언을 두고 정가에선 ‘정치인이 아니어서 인기를 끈 특이한 정치인’이라거나 좀 더 심하게는 ‘착한 이명박’이라는 ‘작명(作名)’까지 나온다. 반면 상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청와대 퍼스트레이디 시절부터 수십년에 이르는 정치 경험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운영 경험을 자신의 강점으로 꼽는다.
이 같은 안 후보의 약점은 대선이 임박할수록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을 우려하는 배경이 된다.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측면에서 ‘그래도 대통령은 (정치를) 해본 사람이 해야지’ 하는 심리가 작용해 현재의 인기가 실제 표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반면 ‘안정성’에 높은 가중치를 두는 유권자 층은 이미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고, 따라서 젊은 층과 중도층이 주축을 이루는 안 원장 지지자 가운데 이탈표는 우려보단 적을 것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안 후보가 정치권의 파상적인 검증 공세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아직은 의문이다. 대선까지 남은 80여일 동안은 여야를 막론하고 안 후보에 대한 집중 공세, 때로는 네거티브 공세가 이어질 것은 뻔한 일이다. 과거 아파트 딱지 거래, 무늬만 전세,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둘러싼 의혹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도 크다. 2000년대 벤처기업은 생존을 위해 별의별 편법과 탈법이 구사됐던 시기였다. 현재까지의 검증 공세는 봄바람에 불과하고, 앞으로는 뼈까지 스며드는 삭풍이 남아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안 후보를 둘러싼 검증 공세에 의해 안철수 현상이 가랑비 옷 젖듯 수그러들지, 아니면 시멘트에 모래를 뿌려 더욱 공고하게 만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아무튼, 안 후보를 둘러싼 논란은 대선 임박 때까지 계속되고, 안 후보의 대선 완주 여부에 따라 18대 대선은 끝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을 헤맬 것으로 보인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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