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시절이던 지난 2005년 8월. 북에서 내려온 검은색 양복 차림의 남성들이 동작동 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분단 60년만에 처음있는 일. 휴전선 250km에서 총을 겨눈 대치 상황에서 ‘적국’의 체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조형물에 예를 표한 것이다. 당시 김기남 노동당 비서는 “6.15 시대엔 모든 것을 초월해야 한다” 말하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을 내비쳤다. 사전에선 참배를 죽은 사람을 기념하는 기념비 등에서 추모의 뜻을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한다.
이로부터 7년 후 ‘박근혜-문재인-안철수’ 각 대선 주자들은 ‘참배’를 사이에 둔 치열한 눈치싸움 중이다. 이를 요약하면 ‘박근혜는 했는데, 문재인은 왜 안하냐’는 식이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박 후보측. 박 후보는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바로 다음날 오전 현충원 참배에서 “오후에 봉하마을에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절 노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에 대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발언을 했던 박 후보 입장으로선 상당히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것이다. 박 후보는 현충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에도 참배함으로써 ‘대통합’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였다. 물론 이같은 대통합 행보 이후 박 후보의 지지율은 급상승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의 현충원 참배엔 다소간의 논란이 일었다. 문 후보가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보수측 인사들은 대선 후보의 자질 부족이라며 ‘박 후보를 배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문 후보는 “진정한 반성 있어야 통합이다. 그렇게 되면 제가 제일 먼저 박정희 대통령 묘역 찾고 참배하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문 후보가 박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를 하지 않은 다음 문 후보의 지지율은 올랐다. 인과관계의 상관성은 알수 없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다.
26일에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안 후보는 모든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참배를 마무리했다.
대선 주자들 사이 ‘참배’는 ‘죽은 사람을 추모한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어떤 것이다. 누구는 참배를 해서 지지율이 올랐고, 누구는 참배를 안해서 지지율이 올랐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결국은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정답이 있다. 그렇다면 후보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홍석희 기자 @zizek88>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