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끈질기게 고집해온 과거사 관련 발언들을 24일 전격 수정했다. 그동안 친박 진영 내부에서도 “아버지를 부정하는 발언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던 역사관을 후보 스스로 교정한 것은 끝없이 추락하는 지지율과 당내 잇단 비리를 돌파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에 발생했던 사건들에 대해 강도높은 사과를 표시했다.
이같은 입장 표명의 가장 큰 요인은 일단 눈에 띄는 지지율 하락 때문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당과 캠프 내부에서는 보수층의 탄탄한 결집을 근거로 40% 중후반대의 지지율은 강고할 것이라는 기류가 있었다.
하지만 야권의 안철수 후보가 대선 링 위에 오르며 최근 여론조사 결과 박 후보의 지지율은 심지어 40% 초반대로 추락했다. 23일 KBS-미디어리서치 조사결과 박 후보가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 8.7% 뒤지며 오차범위밖으로 떨어져 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국민일보 조사 결과도 박 후보가 45.1%로 안 후보의 49.9% 대비 4.8%P 낮게 나타났다. 박 후보의 한 측근은 “박 후보의 이번 결정은 오랫동안 후보가 생각해오신 것”이라며 “결정적으로는 지지율 하락이 입장표명에 미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캠프 쪽은 추석전에 민심을 잡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를 변화시킨 또다른 원인은 당내 잇단 잡음이 정리되기는 커녕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혹이 증폭되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박 후보의 인혁당 발언을 제외하고,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안 후보 불출마 종용 파문, 친박계 수장격인 홍사덕 전 의원의 금품수수 비리 등 내부의 잡음이 새누리당=비리당의 이미지를 가중시켜 표심을 자극했다는게 캠프 측의 판단이다.
‘보수층+@’로 표의 확장성 측면에서 가장 주력해온 2030 세대와 40대 중도층에게는 역사관을 수정하지 않고서는 돌파할 수 없다는 인식도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박 후보의 역사관 수정 발언이 지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미지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 후보의 과거사 발언은 좀더 빨리 수습했어야 했다. 이젠 수정을 해도 사람들이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또 그동안 연타로 잡음을 빚은 공보단의 수장도 전격 교체했다. 김병호 전 공보단장 대신 박 후보의 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을 임명하며, 당내 잡음을 통제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정책적으로는 타 후보와 차별화된 장점인 준비된 후보로서의 면모를 부각시켰다. 박 후보는 전날 중산 서민층의 주거안정 대책으로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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