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일 밖에 남지 않은 대선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무너질 것 같지 않던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속속 진영을 정비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대선은 마지막까지 승부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5ㆍ16, 유신, 인혁당 사건에 대해 전격 사과하면서 대반격에 나섰다.
▶ ‘안철수 등장’ 최대 변수
대선 구도 ‘지각 변동’의 ‘진앙’은 안 후보다. 안 후보는 24일 발표된 6곳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박근혜 대 안철수’ 양자 구도때 박 후보를 앞섰다. 조사 시점이 안 후보의 출마 선언(19일) 이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안 후보는 ‘출마선언 효과’가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박 후보의 지지율은 측근들의 비리와 역사관 논란으로 인해 하향 추세를 그리고 있다.
박 후보는 그동안 10%포인트 이상 큰 지지율 격차를 보였던 문 후보와의 ‘양자대결’ 구도에서도 문 후보에 바짝 뒤를 쫓기고 있다. 미디어리서치와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문 후보에게 0.9%포인트와 5.7%포인트 차이로 뒤졌다.
3자 대결 구도에서도 박 후보의 위기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서 박 후보는 39.6%를 기록, 안 후보(29.0%)와 문 후보(20.1%)를 앞섰지만 안 후보와 문 후보가 단일화 할 경우 박 후보 지지율 만으론 ‘야권 단일후보’를 누를 수 없게 된다.
특히 같은 조사기관에서 지난 7월 28일 발표한 조사에선 박 후보가 39.1%를 기록했고, 안 후보(31.2%) 문 후보(9.8%) 순이었다. 안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했을 경우 박 후보와 비슷했지만, 이제는 ‘야권단일후보’ 지지율이 박 후보에 비해 크게 앞서는 상황이 된 것이다.
▶ “복합적 위기”…‘이러다간 정권 내줘’
새누리당 안팎에선 박 후보의 최근 지지율 하락 추세를 두고 ‘복합적 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후보가 인혁당 ‘두개의 판결이 있다’는 발언과 함께 측근이었던 홍사덕 전 의원과 송영선 전 의원이 비리에 연루되자 중도층 이탈이 가속화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문 후보에게도 지지율이 떨어졌다. 대세론이 큰 상처를 입었다”고 우려했다. 새누리당은 24일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 발언으로 분위기가 반전되기를 간절히 기대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문 후보가 경선과정에서 불거졌던 갈등을 봉합하고 민생행보를 펼치고 있으며, 안 후보 역시 ‘알쏭달쏭’ 행보를 접고 대선 출마를 본격 선언하자 대선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각자 도생의 길을 가고 있는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선거일에 임박해 단일화 선언을 하게 될 경우 단일화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급상승 할 공산이 크다. 새누리당 인사들의 우려도 바로 이 부분에 집중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야권의 단일화 이슈가 선거 막바지 불거질 경우 ‘정책 행보’만으로 이를 만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 친박 의원은 “박 후보가 지금은 ‘안 교수를 공격하지말라’는 입장이지만 두 사람이 단일화 게임을 시작하면 ‘야합’이라는 부분을 지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 @zize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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