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정치인 안철수의 ‘여의도 흔들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박선숙 민주통합당 전 의원이 20일 안철수 대선후보(무소속) 캠프로 이적하면서 여의도 정개개편 속도도 예상을 넘어 광속(光速)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 후보가 ‘끝까지 정치인으로 남겠다’고 배수진을 침에 따라 현재는 무소속이지만, 향후 안 후보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이 형성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박선숙 민주통합당 전 의원은 이날 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하고, 안 후보의 캠프에서 선거총괄본부장 역할을 하기로 했다. 박 전 의원은 민주당에서 지난 4ㆍ11총선을 이끌 정도로 대표적인 전략통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제2의 박선숙’이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의 친이(親李)계에서도 속속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안 후보를 주축으로 하는 제3세력 구성이 곧장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는 진보와 보수가 아닌 중도를 겨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 후보는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끝내고 통합으로 미래를 열자”고 제안하면서 현재의 여당과 야당에 대해 차이를 두지 않고 두루 비판했다.
이는 정치적으로 보면 새누리당과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중도ㆍ무당파층을 끌어않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기존 정치권에 몸담은 인물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도 이러한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또한 안 후보가 정치 변화에 강한 의지를 피력한 점도 주목된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몇 번 직업을 바꿨지만 도중에 그만둔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마찬가지로 선거결과와 관계없이 일단 여기서 정치인으로 거듭나기로 한 이상 결과와 관계없이 열심히 이 분야에서 일해서 조금이라도 나라 발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만약 안 원장의 정치 쇄신에 공감하는 정계 인사가 늘어난다면 이러한 정계 개편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안 원장과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박원순 서울시장과 송호창ㆍ인재근 의원 등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특히 안 후보가 출마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수평적 리더십ㆍ전문가 중심 국정운영’은 기존 정치권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부분이다. 안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과 기존 세력 간의 대립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은 표면적으로는 안 후보의 쇄신 요구에 공감하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자세력의 이탈 방지책 마련에 부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정치권 핵심 인사는 “안 후보가 중도층과 무당층을 정확하게 겨냥하고 있고, 진보는 물론 보수층까지 아우르고 있어 (기존 지지 세력들의) 이탈에 대한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특히 민주통합당은 당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 ‘안 후보로의 이탈시 제명 조치설’이 나돌 정도로 예민하다.
하지만 안 후보가 선택한 ‘제3세력’은 한국 정치사에서 성공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회의론도 있다. 1992년의 정주영 현대 회장이나 2007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출신인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도 이와 비슷한 노선을 걸었지만 모두 실패의 쓴 잔을 마셨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올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도층 역시 보수와 진보, 양쪽으로 끌려가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미현 서울마케팅리서치 소장은 “안 후보의 등장은 정치권의 페러다임을 변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했다”면서 “이번 대선은 정치인 대 비정치인, 그리고 아날로그 시대 대 디지털 시대, 기존 정치 대 새로운 정치, 변화 대 혁신 그리고 신구 세력간의 대결 양상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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