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등판이 상수로 여겨졌음에도 막상 출마가 현실화되자 새누리당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안 후보의 출마 선언을 지켜본 박근혜 후보 캠프는 야권 단일화 성사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대응책을 부심했다.
일단 새누리당은 신중한 분위기 속에, 야권 단일화의 현실화 가능성을 경계했다.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은 20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선거 보름 전쯤 (문재인-안철수)단일화 시도 나올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게 정당한 방식이냐. 이건 정치개혁이 아니라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친박계인 유일호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안 후보가 야권 단일화 전제로 당신 당이 개혁하지 않으면 같이 할 수 없다는 조건을 거는 것 같았다. 민주당도 새누리당도 나름 쇄신하고 있는데, 너네들 그거 안하면 단일화 논의 자체가 안된다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비판했다.
단일화 관련 안 후보의 모호한 태도도 박 후보 측의 속을 태웠다.
캠프 한 핵심관계자는 “이번에도 애매모호한 화법이다. 안 원장의 독자 노선시 전략과 나중에 빠질때의 전략이 다른데, 두 경우 모두 전략을 짜야하니 어려운 상황”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상일 대변인은 “안 원장은 ‘독자노선을 유지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면서 “구구한 정치공학적 억측이 나와 선거판이 혼탁해지는 등 정치 쇄신이 아닌 정치 퇴행적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안 원장이 유념해달라”고 견제했다.
안 원장이 야권 후보단일화에 대해 조건을 앞세운 데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뒤따랐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안 원장이 후보단일화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한 것은 ‘단일화를 한다면 여론조사로 하자’는 뜻이 내포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박 후보 측근은 “안 원장의 오늘 언급은 단일화를 안하겠다는게 아니라 단일화를 자기 중심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후보 측에서는 문 후보와 안 원장이 대선 직전까지 지지율 경쟁을 하다 막판에 단일화 되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지난 10ㆍ26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막판 패배했던 악몽을 되풀이해선 안된다는게 캠프 내 공감대다. 따라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견제하고, 끝까지 ‘박근혜-문재인-안철수’ 3자 구도로 이끌어가야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한편 박근혜 후보는 전날 안 원장에 대한 언급을 삼갔다. 태풍 피해 지역인 경남 사천시 송정부락을 찾은 그는 기자들이 안 원장 출마에 대한 의견을 묻자 “여기 피해농민 계신데 정치얘기만 하고, 좀 너무하다고 생각 안 하느냐”고 되묻는 등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조민선기자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