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어시장엔 생선구이집 10군데가 나란히 줄지어 있다. 수산물센터 등이 생기면서 규모가 확 줄었지만, 여전히 경쟁은 치열하다. 구이정식 1인분에 7000원. 멸치젓과 선지해장국이 함께 나온다. 가자미ㆍ갈치ㆍ서대ㆍ고등어ㆍ붉은뽈락 등 5~6개 생선이 묶여 나오는 ‘대(大)’자는 3만5000원. 성인 남자 다섯이 달려들어도 배부르게 먹고 남을 만큼 푸짐하다.
여행객들과 손님들이 생선구이로 배를 채울 때, 골목 상인들도 배를 채운다. “아지매, 좀 비켜보소”, “이거 사이소”, “여기 보이소” 하는 투박한 사투리와 북새통 속에서도 선지해장국에 밥을 푹 퍼담는 장사꾼들이 정겹다.
자갈치시장을 빠져나와 길을 건너면 BIFF광장이다. 이곳엔 ‘1박2일’의 이승기가 먹고 간 ‘씨앗호떡’이 유명하다. 이름처럼 호박씨ㆍ해바라기씨 등을 달콤한 호떡 안에 듬뿍 담아준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영양 간식이다. 방송 이후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개당 700원에서 900원으로 올랐다.
광장에서 국제시장 방면으로 3분쯤 올라가면 부평동 족발골목이 나온다. 가장 유명한 가게는 서로 10m 거리에 있는 ‘부○족발’과 ‘○륙도’인데, 이혼한 아내와 남편이 각각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이혼 전 함께 경영했던 ‘○륙도’가 상당히 번창했는데, 지금은 아내가 차린 ‘부○족발’에 손님이 훨씬 많다고. “족발 삶는 비밀을 아내가 쥐고 있었던 게 아니였느냐”는 뒷이야기도 재미있다. 부산시민이 즐기는 새콤달콤한 냉채족발을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한다.
족발골목 동쪽으로는 광복로 패션타운이, 북쪽으로는 국제시장이 이어진다.
광복 이후 부산항으로 수입된 온갖 물품이 모이던 국제시장은 부산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으로, 한때 유행의 최첨단을 걷는 패션거리이기도 했다. 지금도 옛 명성에 걸맞게 진열대 곳곳 옷들이 ‘짱’표라기엔 원단부터 디자인까지 범상치 않다.
국제시장 바로 옆에는 ‘깡통시장’ 부평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과일ㆍ생선 등 통조림이 주로 유통되면서 붙여진 별명이다. 지금도 수입 주류ㆍ의류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또 동래파전의 4분의 1 가격으로 빈대떡과 파전을 맛볼 수 있다. 시장 끝엔 바가지요금을 방지하기 위한 ‘양심 저울’이 있지만, 실제로 재어보는 사람은 없다.
복닥거리는 시장통과 대조적인 고즈넉한 책방골목에서 ‘부산 맛과 멋’ 여행을 마무리한다. 퀴퀴한 책 냄새가 시간을 거꾸로 돌려놓는 보수동 책방골목은 5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50여개 서점에서 참고서부터 고(古)서까지 손떼묻은 수만권의 책이 새 주인을 기다린다. 글벗서점, 동화나라, 겸손을나누는서점, 책의마음 등 허름한 골목길 풍경만큼이나 책방 이름도 정감 있다. ‘동화나라’ 입구를 통과해 중간 지점 ‘책의 마음’에 닿으면 골목 명물인 크로켓 가게와 커피숍이 나온다. 잠시 쉬었다가 헌책 탐험을 계속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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