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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너·2군…어디 바꿀 용어 없소?
박근혜 ‘패자부활’ 행보때 사용
스포츠·음악계 불쾌감에 곤혹



‘어떤 용어 써야 할지 난감하네.’

대선을 앞두고 민감해진 민심을 앞에 놓고 새누리당이 난감한 고민에 빠졌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경제민주화 시즌 2’로 문화ㆍ스포츠계의 부조리함들을 바로 잡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문화계와 스포츠계의 이너서클 밖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소위 ‘약자’들의 목소리를 한데 하나로 묶을 마땅한 ‘용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 대선 공약을 준비하는 당 내 기구들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 같은 고민의 배경은 박근혜 대선후보가 지난 9일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를 방문한 데 이어 12일 당 관계자로부터 나온 ‘인디밴드 2군 발언’이 음악계의 반발을 샀던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당시 박 후보 측은 고양 원더스 방문에 이은 ‘패자부활’ 두 번째 행보로 인디밴드 등 문화예술인과의 만남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소위 ‘비주류’를 끌어안겠다는 대통합 행보의 일환이라는 것이 당 관계자의 설명이었지만 역풍은 만만치 않았다. 당시 새누리당 관계자가 전했던 “인디밴드는 그야말로 음악계의 2군이라고 할 수 있다”는 발언이 불씨가 됐다.

인디밴드ㆍ평론가 등 음악계 측의 반응은 빨랐다. 인디레이블인 붕가붕가레코드의 곰사장은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인디음악은 주류 음악에 대한 2군이었군요. 앞으로 소녀시대를 목표로 열심히 매진해야겠습니다”고 심경을 밝혔다.

음악계 측의 반발을 지켜본 야구팬들도 뒤늦게나마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고양 원더스는 프로 구단에서 지명받지 못했거나 방출된 선수들로 꾸린 독립 구단이다. 대다수가 한 번 이상의 ‘실패’를 맛봤다. 제도권 편입을 노리는 선수들도 다수다. 하지만 과거의 실패를 ‘패자’로 비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야구팬들은 반발했다.

한 인디밴드의 멤버의 발언은 새누리당의 연이은 실타가 안고 있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비주류=2군=패자였나요. 이상한 프레임이네요”라고 말했다. 분야에 따른 진지한 고민 없이 약자와 패자를 껴안겠다는 박 후보의 ‘대통합 행보’를 정면 겨냥한 것이다.

경실모는 조만간 제도권 밖의 야구구단 감독을 초청해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경실모 측은 “야구감독을 불러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면서도 마이너리그도 2군이라는 말도 쉽게 입에 올리지 못했다. 한 경실모 소속 관계자는 “요즘 2군이라는 말 하면 어떤 이야기를 들을지 모른다”며 “어떻게 이름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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