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저는 친노가 확실하고 친노라는 딱지를 떼고 싶지도 않습니다” (저서 ‘사람이 먼저다’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항상 친노(親盧)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 그의 말 마나따나 그는 친노 딱지를 떼려고도 하지 않는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파죽지세의 13연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사실 친노였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참여정부가 정치개혁, 탈권위와 같은 공에도 불구하고 정권 말기 극도의 민심이반 속에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고 진보진영의 동반추락까지 초래한 것은 그가 풀어야할 숙제이자 대선 행보에 부담이다.
문 후보를 검증대에 세우려는 상대방에게 ‘친노 프레임’은 최적의 공격지점인 셈이다. “노무현을 빼고 나면 아무런 색깔이 없다. 문재인은 무색무취한 신사일 뿐이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손학규 후보의 한 참모가 지난 16일 “친노 세력이 지닌 ‘모바일 군단’을 이겨내지 못했다”며 분을 삭히지 못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사실 그를 검증대에 불러 세우는 권력의지 부재, 유약한 리더십, 심지어 최근 경선에서 빚어진 당내 패권주의 모두 ‘친노 프레임’에서 파생된 곁가지들이다. 노무현의 벽을 얼마나 넘느냐가 ‘정치인 문재인’과 ‘노무현의 친구, 유약한 신사 문재인’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 셈이다.
그는 저서 ‘운명’의 마지막 문장을 “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 못하게 됐습니다”로 맺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 ‘왕 실장’에서 2012 대권을 넘보는 대통령 후보 문재인이 있게한 것도 기실 노무현이 남긴 숙제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에게 줄곧 “권력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따라 붙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7월 문 후보는 각 언론사의 문 후보 담장기자(마크맨)들과 가진 첫 오찬에서 그는 “2년 전만해도 제가 대통령에 출마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고 출마 선언문에선 그는 “암울한 시대가 저를 정치로 불러냈다”고 했다. 그는 사석에서도 “좋은 일이 있을 수 있겠냐. 힘들다. 내가 꼭 대통령이 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입버릇 처럼 반복했다고 한다.
문 후보의 발언을 조합하면 ‘대통령이 되고 싶다기 보다는 암울한 시대를 종식시키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운명에 따라 대통령 출마까지 하게됐다’로 요약된다.
그는 이같은 비판에 ‘권력의지’는 기존 정치권의 잣대라고 받아치고 있다. 자신의 권력의지 부재에 대한 지적을 반박할 때조차 “안 교수가 권력 의지가 강한 사람인가요?”라고 되물으며 ‘안철수’를 끌어 들이곤 한다. 그는 대신 ‘권력의지’ 보다는 ‘소명의식’을 대통령의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친노 프레임에서 파생된 권력의지 부재는 또 다시 ‘기회주의’라는 비판도 낳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조경태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탁할 때는 거절하더니 노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주변 여건이 좋아지자 사상 지역구에 출마했다”며 “이는 기회주의”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지난 총선에서 당 지도부가 “서울을 방문해달라”는 긴급 구조요청을 수차례 보냈지만 문 후보가 이에 응하지 않았던 것도 여전히 문 후보의 취약점으로 지적받는 구간이다. 문 후보는 당시 ‘부산 경남이 너무 어렵다’, ‘낙동강 벨트가 우선’이라며 서울 방문을 거부했다. 문 후보가 자신의 당 지도부의 요청을 거부하고 부산 경남 지역 선거에만 ‘다걸기(올인)’을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자 당에선 문 후보가 “자기 희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왕 실장, 문재인’도 검증대에 선 문 후보에겐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정치 경험 부재와 조율 능력에 대한 의문부호, 참여정부 시절 공과(公過)는 항상 그를 괴롭히고 있다. 이와함께 민정수석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에 대한 ‘관리 책임’을 비롯해 대북 송금 특검 등 그를 따라붙는 꼬리표는 모두 친노 프레임에서 비롯됐다.
그는 경선 토론 과정에서 참여정부의 평가를 묻는 질문에 “총체적으로 성공한 정부”라고 말해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후 문 후보측은 조율을 거쳐 “공도 있고 과도 있다. 당시 발언은 과보다는 공이 더 많다는 의미”라고 수정하기도 했지만 비문(非文) 주자들에게 계속해서 공격 포인트를 줬다.
그는 특히 기존 정치권의 눈으로 밨을 땐 융통성이 없는 것으로 정평이 나기도 했다. 참여정부 당시 민정수석, 비서실장 시절 열린우리당과도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청와대 따로, 당 따로’ 정국을 만들기도 했다. 386 그룹과 가까운 강금원 전 창신섬유회장이 “문재인은 정치를 해선 안되는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그가 지난 16일 서울 경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 이후 새누리당에서 “반쪽 후보여서 반쪽짜리 축하를 할 수밖에 없다. 전국 체전에 비유하자면 동네 선수에서 군(郡)단위 선수로 확정된 것이어서 안철수 원장과 도(道) 대표선수 자리를 놓고 다시 경쟁해야 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 것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비교해 색깔이 없다는 세간의 비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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