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여성 벼룩시장서 산 그림, 알고보니 10만弗 진품…42년간 행방불명된 리히텐슈타인 작품 창고서 발견…빛 못볼뻔 했던 명작들 뒷이야기 화제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하듯 주위에 굴러다니는 그림이며 조각이 의외로 명작인 예가 가끔 있다. 미국 버지니아 주에 사는 20대 여성이 좋은 예다. 미국의 미술전문 매체 아트데일리는 11일 버지니아의 한 여성이 벼룩시장에서 7달러를 주고 산 그림이 7만~10만달러를 호가하는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의 진품이었다고 보도했다. 어디 이뿐인가? 우리에게 ‘행복한 눈물’로 유명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40만달러짜리 그림은 창고에서 42년 만에 발견됐으며, 그리스시대 조각상은 염소우리에서 나오기도 했다. 하마터면 사라질 뻔한 명작이 뜻밖에 발견된 사례를 찾아가보자.
▶그림보다 고풍스런 액자가 맘에 들었는데…=이 여성은 이따금 벼룩시장을 찾곤 한다. 신원을 밝히길 거부하는 미국 버지니아의 20대 여성은 1년반 전 집 근처 벼룩시장에서 골동품 상자를 사들였다. 상자에는 플라스틱 인형과 낡은 그림 액자가 들어있었다.
벼룩시장 에서 미국 여성이 단돈 7달러(한화 8000원)에 구입한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그림. 시가는 10만달러를 호가한다. |
이 여성은 상자 속에 담긴 인형에 끌려 그림들이 담긴 커다란 골동품 박스를 7달러에 샀다. 그림은 액자가 근사했다. 딸이 액자를 해체해 다른 용도로 쓰려 하자 엄마가 “아니다. 그림이 심삼찮다. 차분히 다시 보자”고 나섰다. 액자 하단에 Renoir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던 것. 모녀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전문가를 찾았고, 포토맥 경매사는 감정을 거쳐 문제의 그림이 “르누아르의 것이 맞다”고 감정해줬다. 제작연대는 1879년으로 확인됐다. 르누아르가 파리의 센 강을 누비며 그렸던 강변 풍경작업 중의 하나인 것으로 밝혀졌다.
포토맥 경매사의 엘리자베스 와이즈번 대표는 “이 그림을 산 여성의 눈길을 끈 것은 진품 르누아르의 풍경화가 아니라, 플라스틱 폴 버니언 인형이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횡재를 한 주인공은 “나는 풍경보다 액자에 관심이 더 있었는데 엄마 때문에 명작을 건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7달러에 산 이 그림은 오는 29일 7만~10만달러의 추정가에 포토맥 가을 경매에 오른다.
▶50년간 창고에서 잠자던 피카소 그림=미국 인디애나 주의 한 소도시의 미술관 창고에서는 지난 8월 말 피카소의 진품 회화가 발견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인디애나 주 애반스빌 미술관에 지난 50년간 무명작가 작품으로 분류돼 창고에서 잠자던 그림이 최근 조사에서 피카소 진품으로 판명됐다.
미국의 한 가정집 창고에서 50년간 방치됐던 박수근의‘ 빨래터’ |
작품 상단에는 엄연히 ‘피카소’란 사인이 있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미술관 대장에는 ‘젬모’로 기록돼 있었다. 그런데 최근 소장품을 정리하던 중 피카소 그림일 수 있다고 판단돼 정밀감정을 거쳐 거장의 작품임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피카소의 사인과 함께 거친 선, 입체파적 형태가 진품임에 틀림없다고 했다.
뒤늦게 ‘붉은 모자를 쓴 여인 좌상’이라는 이름까지 얻은 이 작품은 지난 1963년 한 디자이너가 미술관에 기증한 것이다. 기증 당시 제목이 ‘제모’였는데 이는 작가 이름이 아니라 스테인드 글라스기법인 제마이(Gemmail)의 복수형이다. 1950년대 피카소가 친구에게 이 기법을 전수받아 시험삼아 제작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던 것.
▶스코틀랜드 농촌 마을에서 발견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공개 작품=지난 8월 초에는 스코틀랜드의 한 농촌 마을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발견돼 큰 화제를 모았다. 성모자상 형식의 이 그림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소유자가 소더비에 감정을 맡기면서 다빈치 작품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이 작품의 추정가를 약 1억파운드(약 1759억원)로 보며, 진품이라고 볼 수 있는 6가지 단서가 들어있다고 했다. 또 그림 뒷면에 교황의 교지가 있는 게 결정적이라고 했다. 이 교지는 17세기 교회를 통치했던 교황 바오로 5세가 주문한 것으로 확인된다는 것.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 중 내금강을 그린 ‘풍악내산총람’. 겸재의 화첩은 자칫 친일인사 송병준의 집에서 불쏘시개로 사라질 뻔했다. |
소더비 스코틀랜드 경매의 해리 로버트슨 팀장은 “이 그림은 매클라렌 부인의 양아버지가 한 의사로부터 받아 수십년간 런던 자택의 침실에 걸어놓았다가 스코틀랜드로 이사해서 가져간 것”이라고 밝혔다.
▶42년간 행방불명됐던 리히텐슈타인 초기작 창고에서 발견=42년간 종적을 알 수 없었던 미국의 팝아티스트 리히텐슈타인의 초기작이 뉴욕 맨해튼의 한 창고에서 발견됐다. 뉴욕 포스트에 따르면 맨해튼 이스트사이드에서 발견된 작품은 유명 화상 레오 카스텔리(작고)가 생전에 작품의 수복을 부탁하는 과정에서 자취를 감췄던 리히텐슈타인의 ‘전기 코드(Electric Cord)’란 그림이다.
미국 맨해튼의 한 창고에서 발견된 리히텐슈타인의 1961년 작‘ 전기 코드’. 40만달러짜리 그림이다. |
이 작품은 최근 골드맨 화랑에서 40만달러에 거래가 이뤄질 뻔 했다. 카스텔리의 미망인인 바라라 여사는 이 소식을 접한 뒤 리히텐슈타인재단에 연락하고, 법정공방이 마무리될 때까지 작품 반출을 금해줄 것을 요청했다. 레오 카스텔리는 1962년 리히텐슈타인의 첫 개인전을 열어주며 그를 세상에 소개한 딜러로, 문제의 작품은 그가 1960년대 작가에게 750달러를 주고 구입한 것. 카스텔리는 1970년 한 수복전문가에게 ‘작품의 때를 빼달라’고 의뢰했고, 며칠 뒤 전문가로부터 ‘도난당했다’는 말을 들었다.
▶도난당했던 로댕의 흉상, 13년 만에 발견=근대 조각의 개척자인 오귀스트 로댕의 흉상이 도난당한 지 13년 만에 한 골동품상의 트럭에서 발견돼 화제를 모았다. 무게 8㎏, 높이 60㎝의 이 조각상은 로댕의 연인인 카미유 클로델의 작품으로, 가격은 100만유로(약 14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프랑스 경찰은 몽브리송에서 체포된 용의자로부터 로댕의 흉상과 함께 여러 미술품을 확보했다며 프랑스 문화재 밀거래 단속국이 조사 중이라고 했다.
스코틀랜드의 한 가정집에서 발견된 렘브란트의 드로잉. |
▶렘브란트의 드로잉, 뜻밖에도 가정집에서 발견= ‘빛의 화가’로 불리는 렘브란트(네덜란드)의 드로잉이 스코틀랜드의 한 가정집에서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년 그리고 개와 함께 있는 눈먼 거지’라는 타이틀의 이 드로잉은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 17세기 네덜란드 거장의 진품임이 확인됐다. 이 드로잉은 베를린주립미술관에 소장된 렘브란트의 ‘거지’와 매우 흡사해 ‘어쩌면 카피본일 수 있다’는 의혹이 발견 직후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림 속 섬세한 인물 묘사 등이 진품으로 확인됐다. 가격은 약 8만파운드(약 1억4000만원)로 추산되고 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