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소통의 방법을 제시한 고전적인 예로 장자(莊子) 지락(至樂)편에 나오는 바닷새 이야기가 있다. 어느날 바닷새가 노나라 서울 밖으로 날아와 앉았다. 왕이 이 새를 좋아하여 친히 궁궐로 데리고 가 술을 권하고 음악을 들려주며 푸짐한 고기를 대접했다. 하지만 이 새는 놀라기만 할 뿐 술은 물론 고기도 한 점 입에 대지 않고 있다가 사흘만에 죽었다는 이야기다. 장자는 이 우화를 얘기하며 “자기가 사랑하는 방식으로 새를 기른 것이지, 새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새를 기른 것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이 우화는 참으로 고차원적인 소통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내가 대접받기 바라는 방식으로 남을 대접하라’는 서양 격언과 차원이 다르다. 이 서양 격언이 나를 중심으로 한 소통을 말한다면, 장자의 우화는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 소통이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뒤집는 소통의 리더십이 마치 시대정신이 된 듯하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정치적 반대 진영은 물론 진보진영까지 아우르는 ’광폭 행보’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실체가 없는 정치적 쇼에 머물 경우 상대는 바닷새의 운명이 되고,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해준 선임기자/hj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