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토론회·대학행사 잇단 방문
썰렁유머 스킨십 행보…취약층 공략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0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행보의 중심축은 이른바 ‘국민대통합’에 두면서도, 또 다른 축은 자신의 취약층인 20대 표심 잡기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야권 대선 후보 선출을 2주 앞두고 자신의 약점을 최대한 보완한 뒤 ‘대선 출발점’에 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당선 이후 행보 중 20대와 함께하는 행사를 가장 많이 택했다.
반값등록금 토론회(8월 23일), 홍대 프린지 페스티벌 참석(8월 26일), 한양대 ‘잡(JOB)페스티벌’ 방문(9월 3일)까지 지난 2주간 세 차례 20대와 만났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방문이나 전태일재단 방문과 같은 ‘굵직한’ 행보는 아니지만, 20대들과 스킨십 횟수를 절대적으로 늘려 소통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젊은 세대들에게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이미지를 깨기 위한 노력도 눈에 띈다. 박 후보는 3일 한양대 ‘잡페스티벌’에서 ‘인증샷’을 요구하는 학생들과 사진을 찍으며 꽤 긴 시간을 보냈다. 한 남학생이 “원하는 곳은 많은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적은 것 같다”고 하자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적극적으로 대시하세요”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손을 잡거나 어깨를 붙잡고 말을 거는 등 살가운 스킨십을 시도했다.
박 후보 특유의 간단명료했던 화법도 ‘감성화법’으로 변화하는 모습이다. 박 후보 화법은 ‘응축된 단문단답형’으로 불릴 정도로 할말만 하고 군말을 삼가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말수도 부쩍 늘었다. 특히 말랑말랑한 스킨십이 필요한 젊은이들과의 만남에서는 항상 박 후보표 ‘썰렁유머’가 등장한다. 최근 들어 부쩍 유머 횟수가 많아지자, 정치권에서는 “혹시 박 후보의 유머특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박 후보의 한계도 여전히 지적된다. 주로 “젊은층의 고민을 내가 해결해주겠다”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정책적 접근으로 마음을 얻으려는 방식이 잘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당내에서 제기된다. 당 한 관계자는 “정책 제시보다 공감, 소통이 전제가 돼야 하는데, 이 부분은 여전히 부족한 것 같다”면서 “20대에게 보다 자연스럽고 보다 깊숙이 다가갈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만나는 횟수는 늘렸지만, 그렇다할 성과가 미흡한 점도 앞으로 보완해야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게릴라식으로 만남의 횟수를 늘리는 것도 좋지만,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만남을 기획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선기획단 소속 김상민 의원은 “어떤 공약보다도 기존 박 후보가 가지고 있던 진가를 인식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박 후보의 삼성동 자택서 ‘빨간파티’를 개최하는 등 파격적인 아이디어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한 의원은 “찢어진 청바지를 입든 머리스타일을 바꾸든, 젊은층이 ‘박근혜가 바뀔 수도 있네’라는 인식을 갖도록 큰 폭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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