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7세 여아 이불로 싸 데려가
주요부위 큰 상처…대장까지 파열
경찰 성범죄 전과자 등 수사 확대
전남 나주 집안 거실에서 가족과 함께 잠을 자던 만7세 여아 A 양은 지난 30일 오전 7시30분께 이불에 둘러싸인 채 괴한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해 응급수술을 받았다. 2008년 온 국민을 분노에 떨게 했던 ‘조두순 사건’과 흡사하다.
A 양이 감쪽같이 사라지자 어머니 B(37) 씨는 나주경찰서에 신고했다. 신고내용은 딸이 거실에서 덮고 자던 이불과 함께 사라졌다는 것.
경찰은 B 씨가 지난 새벽 2시30분께 PC방에서 있다 집에 돌아온 후 딸과 함께 잠이 들었고, 오전 3시께 화장실을 가기 위해 깼을 때 딸이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 양이 이날 오전 2시30분~3시 사이 납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
나주경찰서는 전남청 경찰 160여명을 지원받아 30일 낮 12시부터 집 주변 및 시내 곳곳을 수색한 지 1시간여 만인 이날 오후 1시께 집에서 직선거리로 약 130~150m 떨어진 영산강 강변도로 인도에서 A 양을 발견했다.
빗속에 알몸 상태로 비에 젖은 이불을 안고 앉아있던 A 양은 발견 당시 얼굴과 온 몸에 멍이 들어있었다. 병원 진단 결과 A 양은 대장이 파열되고 신체 주요 부위가 5㎝가량 찢어지는 상처를 입은 것으로 확인돼 나주 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았다.
A 양은 경찰 조사에서 “집에서 잠들었다가 깨어보니 얼굴을 모르는 아저씨가 이불째 안고 걸어가고 있었다”며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괜찮다. 삼촌이다’라며 강제로 끌고가 나쁜 짓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용의자가 대담하게 집 안까지 들어와 납치한 점으로 미루어 이 지역 지리에 밝고 A 양 집안 구조 및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 양 집은 밖에서 문을 열면 바로 거실이 보이는 구조이며, 사건 발생 당시 집 문은 열려 있는 상태였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현재 20여명으로 구성된 수사본부를 운영 중이며, 현재 부모 등 가족과 일대 주민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일규 나주경찰서 수사과장은 31일 오전 본지와의 통화에서는 “아직 특정된 용의자는 없다. 현재 부모 및 가족, 동네 주민 등 지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관내 성폭력 우범자 및 전과자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나주경찰서는 이날 오전 나주역에서 수사선상에 있던 중국인 남성이 경찰 탐문 과정에서 도망을 치자붙잡아 조사를 벌였지만, 이번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했다.
<박수진 기자>
/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