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그레이는 젊은 나이에 성공한 멋진 남자다. 아나는 아픈 친구 캐서린을 대신 해 그를 인터뷰한다. 그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레이는 당돌하면서도 풋풋한 아나를 처음 본 순간 끌린다. 그렇지만 엄마의 이혼과 반복된 결혼으로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했던 아나에게 연애나 사랑은 큰 의미가 없었다.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이성에게 아나의 대답은 언제나 거절이었다.
아나의 주변을 맴도는 그레이는 운명이었던 걸까. 아나 역시 그에게 반하고 만다. 그레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연애 경험이 없는 아나는 그레이가 이끄는 대로 따른다. 둘은 아직 연인이라 할 수 없다. 그레이가 원하는 사랑의 방식이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상의 애인에게 무조건 복종을 했던 그레이는 아나를 통해 같은 쾌락을 느끼려 한다.
그레이는 아나에게 기이한 서류를 내민다. 그레이에 의한 그레이를 위한 계약서다. 아나는 현재의 그레이를 만든 그의 모든 것이 궁금하지만 그레이는 말을 아낀다. 그저 입양아라는 사실과 단순한 가족 관계만 밝힐 뿐이다. 아나의 이성은 서류에 동의할 수 없다고 판단하지만 몸과 마음은 그에게 속해 있었다.
‘그는 내 몸의 피를 질주하게 하는 유일한 남자였다. 하지만, 그만큼 얄밉기도 했다. 그는 까다롭고 복잡하며 도통 종잡을 수 없었다. 어떤 순간은 나를 밀어내더니, 다음 순간에는 내게 만 사천 달러짜리 책을 보내기고 하고, 그 다음에는 나를 스토커처럼 추적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의 호텔 스위트룸에서 밤을 보냈고 안전한 기분이 들었다. 보호받았다. 비록 오해하기는 했지만 위험으로부터 나를 구하러 올 정도는 신경을 썼다. 그는 흑기사가 아니라,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백기사, 중세 로맨세의 기사였다. 거웨인 경이나 랜슬롯 같은.’ p. 110~111
1권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건 그레이다. 아나와 그레이는 서로를 원하지만 그레이가 한 수 위에 있다. 독자에게도 앞으로 전개될 사랑보다 그레이가 더 궁금하다. 그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으며 누구엑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드러난 게 없기 때문이다.
책은 구체적이고 노골적인 묘사로 독자를 자극한다.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기도 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매혹적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로맨스에 열광하는 이라면 아주 흡족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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