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생생뉴스]“죄송합니다. 4시 반까지만 문 엽니다.”
오후 4시 반을 넘겨 음식점을 찾은 손님은 발길을 돌려야 한다. 명동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으로 손꼽히는 하동관의 이색 풍경 중 하나다. 3대째 명맥을 잇고 있는 이 식당은 원래 을지로에 자리를 잡았었지만 수년 전 명동으로 이전, 더욱 유명해졌다. ‘오후 4시 반 영업종료’를 고집하는 사람은 이곳의 주인장 김희영(75) 씨다.
명동 하동관에서 만난 김 씨는 “밤 늦게까지 장사하면 재고가 남고, 그러면 재탕하게 돼 맛이 떨어진다”며 “그날그날 끓여서 점심 때만 판다”고 조기 영업 마감의 이유를 밝혔다. 그가 자신만만한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바로 고기 맛이다. 김 씨는 “양지, 업치, 면, 양, 곱창, 대창 등 음식에 들어가는 고기 전부를 삼청동 인근의 한 정육점에서 2대째 받아오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1939년 문을 열어 74년째 곰탕, 수육 등 단출한 메뉴로 승부하고 있지만 단골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평범한 소시민들부터 유명 기업인, 대통령까지 단골손님이 된 것은 순전히 ‘맛’ 때문이란다. 단골 이모(52) 씨는 “어렸을 때 아버지 따라 처음 와본 후로 40년 넘게 이 가게 단골”이라며 “고기가 부드럽고 국물도 조미료 맛이 전혀 안 나고 깔끔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대를 이어 가게를 찾는 손님들을 보면 새삼스럽다. 위기를 겪었던 때도 있었다. 70년대 ‘고기 파동’이 일어났을 때와 ‘분식의 날’이 생겼을 때다. 그는 “당시 4시 반 영업이 끝나면 고기 찾으러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곳이 없었다. ‘분식의 날’에는 밀가루로 만든 가짜 쌀을 쪄서 쌀밥을 대신해 손님들께 내놓았다”고 말했다.
굴곡의 세월을 거쳐 오랜 기간 묵묵히 곰탕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그는 “곰탕 한 그룻 뚝딱 비우고 웃으며 나가는 손님들을 볼 때 제일 행복하다. 그게 오늘의 하동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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