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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김대우> 삼성-애플 특허소송 평결 단상
미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연방법원 배심원들이 내린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 평결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쟁점이 700여개에 육박할 정도로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인데도 사회복지사 등 9명의 배심원단은 불과 22시간 만에 삼성전자에 10억500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삼성 측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다른 나라 법원에서 삼성전자의 특허를 인정, 오히려 쟁점이 됐던 특허의 공정한 사용에 관한 이른바 ‘프랜드(FRAND) 원칙’ 등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이 때문에 이번 미국 내 평결이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배심원의 일방적 평결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지만 배심원 측은 평결이 매우 공정했다고 강변한다. 이번 평결의 배심원 대표를 맡았던 벨빈 호건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배심원단은 양심을 걸고, 어느 쪽도 편중되지 않게 평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결 과정에서의 엉성함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배심원들은 판사가 특허침해 대상에서 제외시킨 모델을 심사목록에 넣는가 하면 침해하지 않았다고 결정한 모델에 손해배상액을 매기기도 했다. 이에 미국 내에서도 평결이 졸속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법률 전문 사이트인 어버브더로(Above the Law)는 “(법률 전문가도) 평결 관련 사항을 숙지하는 데에만 3일 이상 걸릴 사안이지만 법적 구속력을 가진 평결은 더 짧은 시간에 나왔다”며 “배심원들이 ‘동전 던지기’라도 했느냐”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국내와 미국으로 이어진 삼성전자와 애플 특허소송 판결에 대해 두 나라 법원이 자국 기업 편에 섰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기술혁신과 관련된 특허소송에서 공정성이 사라지면 ‘기술시장’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기술 이노베이션의 결과가 아니라 소송으로 승패가 갈리고 그 소송마저 공정하지 않다면 IT혁신이 정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 혁신을 통해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지 않고 특허라는 수단으로 경쟁사를 누르려고 한 회사가 성공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없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는다. 시장은 결국에는 소송이 아닌 혁신을 지향하는 회사의 손을 들어줘 왔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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