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불황에도 ‘빨갛게 웃는’ 종목 있다
경기침체 속 ‘新자린고비형’ 소비패턴 확산…가격경쟁력 바탕으로 편의점 · 저가형 화장품 수혜株 주목
편의점업계 상반기 매출 20% 상승
‘립스틱효과’로 저가화장품 고성장
의류·백화점은 매출부진 ‘고전’


불황에 지갑이 닫혔다고 하지만 어딘가에서는 열리게 마련이다. 백화점은 한 달 내내 세일을 해도 신통치 않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가 화장품가게는 북적거린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불황형 소비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품목은 줄이지만 꼭 써야 하는 종목은 똑똑한 소비로 호황을 누리는 곳이 생기고 있다. 주식 투자 역시 이런 경기 흐름을 반영해 불황 속에서도 성장할 기업을 찾아나서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알뜰 소비… 불황에 강한 종목은=불황은 소비 지형도를 바꾼다. 앞서 불황을 경험한 일본은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다. 디레버리징으로 인한 경제적 변화로 일본의 소비 여력은 20여년 동안 정체를 보였다. 이 기간에 의류ㆍ신발 등의 소비는 20~40%씩 줄었고, 교육비ㆍ식품ㆍ여행 등 레저 관련 비용도 감소했다.

반면 교통ㆍ통신ㆍ가공식품 등의 소비는 증가했으며, 의료ㆍ영화ㆍ공연 지출 규모가 큰 폭으로 늘었다. 이는 1인 가구 증가와 고령사회 진입이라는 인구적 특성과 불황이 만나면서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김희성 한화증권 연구원은 “불황이 오히려 기회가 되는 종목은 우선 불황에 따른 소비 패턴 변화의 수혜주이고, 두 번째는 불황으로 경쟁 업체가 도산 또는 구조조정을 해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거나 품질 대비 가격경쟁력이 높은 제품의 판매가 크게 증가하는 경우”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유통업계의 부진 속에서도 편의점업계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20%가량 늘었다.

통계청의 소매업태별 판매액 집계에 따르면 올 1~6월 편의점의 상반기 전체 매출은 4조798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조9813억원에 비해 20.5% 증가했다.

업체별로는 세븐일레븐이 22.6%로 매출증가율이 가장 높고, CU(옛 훼미리마트) 20.3%, GS25 19.3% 등의 순이다. 소용량 생필품은 불황 여파가 적고 특히 1인 가구가 늘면서 도시락ㆍ간편가정식 등 식사대용품의 판매도 크게 늘었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GS리테일의 편의점은 상반기에만 326개 점포가 늘어났다”며 “3분기 성수기를 맞아 점포 수 증가에 따른 편의점 매출 고성장이 지속돼 주력인 편의점 사업의 이익 개선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강세를 보이는 저가 화장품도 품질 대비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불황에 뜨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코스맥스 에이블씨엔씨 아모레G 등 약세장에서도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탄 이들 종목은 차익 실현으로 다소 조정을 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전망이 밝다. 경기 불황에 저렴한 사치품 소비가 늘어나는 ‘립스틱 효과’가 나타나면서 중저가 제품을 대표하는 브랜드숍 시장은 연평균 20%의 고성장을 지속하는 등 호황 국면이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 신호 켜질 때까지 ‘답답’=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은 특히 백화점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유례없는 한 달 장기 세일에 나선 백화점은 매출증가율 1%대라는 민망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롯데백화점은 올여름 정기세일(6월 29일~7월 29일) 때 매출이 지난해(6월 24일~7월 25일)보다 1.8%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1.2%, 신세계백화점은 1.6% 각각 증가했다. 이는 작년여름 세일 기간의 매출증가율 9~12%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12년 상반기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의 1인당 구매단가는 7만8618원으로, 전년(8만470원)에 비해 2.6% 감소했다. 백화점 3사의 1인당 구매단가는 2009년 7만2275원에서 2010년 7만4987원으로 늘어났고, 2011년엔 8만47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백화점주는 8월 들어 반등을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은 약한 모습이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7~8월 업황 감안 시 3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또다시 하회할 가능성이 있으며, 추가 금리 인하 등 긍정적 요인은 실질 소비 시장 개선보다 가계 부채 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며 “업종 지수의 반등 구간이 추세적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류주도 울상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예로 들면 평균적으로 마진율이 좋았던 자체 브랜드 ‘VOV’와 ‘G-Cut’이 소비 침체 타격으로 매출이 부진해 영업이익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양지혜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내수 침체에도 패션 머천다이징에 강점을 지닌 이 회사의 해외 패션 부문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나 국내 패션 부문의 브랜드 투자와 할인 판매 증가로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7월 이후 주가가 15% 넘게 떨어졌다.

당분간 백화점ㆍ의류주 등은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다만 내수 소비 부양책 등 하반기 기대감이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견조한 고용 시장과 물가 안정은 구매력 개선의 근간으로, 7월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1.9% 증가했고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에 그쳤다”며 “가처분소득을 중심으로 한 가계의 구매 여력은 하반기 유통업체들의 실적 모멘텀 회복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홈쇼핑과 백화점 위주의 비중 확대를 권했다.

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