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백웅기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데에도 불구하고 그간 역점을 둬온 이라크 신도시 건설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그룹 차원에서 추진해온 대형 사업들은 오너 부재로 인해 일정 수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김 회장은 이라크를 직접 오가며 국내 단일 사업수주로 가장 큰 80억 달러(9조4000억원) 규모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공사를 지휘해왔다. 지난 5월말 현지에서 본계약도 체결하고, 기공식도 마친 단계로 한화건설 측 직원 100여명도 이미 파견된 상황이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비스마야 프로젝트는 이미 상당 수준 진행된 상황으로 현재 추가 인력 채용이 계획돼 있는 등 차질없이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룹 차원에서 진행해온 추가 프로젝트 수주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끼칠 것이라는 전망은 부인하지 못했다. 한화는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공사 수주에 따라 향후 이라크 100만호 주택건설 사업 및 철도ㆍ항만ㆍ도로 등 기간사업과 발전소ㆍ정유공장ㆍ석유화학공장 등 생산설비 공사에도 참여할 계획이었다. 또 신도시에 건설되는 학교에 태양광을 활용한 발전설비 공사도 담당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이 지난달에도 이라크를 방문해 누리카밀 알-말리키 총리와 추가 수주 논의를 벌이는 등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 맞닥뜨린 실형 선고는 악재임이 분명하다. 한화 관계자는 “신도시 건설 외 사업들에 대한 추가 수주 문제는 실무진에서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간접적이나마 영향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화가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주력하는 태양광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독일 태양광업체 큐셀 인수 건이 당장 급한 숙제다. 지난 2008년까지 태양광 모듈 생산부문 세계 1위를 차지했던 업체로, 한화케미칼이 인수하게 된다면 한화의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이 세계 2위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대한생명이 ING생명 동남아법인을 인수하려던 계획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달 본입찰에서 AIA생명과 인수 경쟁을 벌이는 상황으로 인수 규모가 3조~4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김 회장의 결단이 그룹의 굵직한 사업 추진력으로 이어졌던 전례를 돌아볼 때, 한화의 주요 사업계획들이 당분간 보류ㆍ연기될 것이란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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